男아동 성폭행도 오늘부턴 ‘강간죄’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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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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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미만 남자까지 확대… 교사-원장 범행땐 가중처벌
장애아 대상 성범죄엔 무조건 3년이상 징역형 엄벌

오늘부터 성폭행 피해자가 남자 아동·청소년일 때도 강간죄가 인정된다. 그동안 강간죄는 대상이 부녀자일 때만 적용돼 왔다.

15일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16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 법은 지난해 9월 개정 공포됐으며 6개월의 경과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시행되는 것.

개정안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의 방어권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성적 자기결정권이 미약한 19세 미만의 남자가 성폭행 피해자일 때도 강간죄가 적용되도록 한 것이 단적인 예다.

여성부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 가운데 남자아이의 비율은 2000년 1.8%에서 2010년 7.3%로 늘었다. 그러나 남아에 대한 성폭행에는 강간죄가 적용되지 않아 가해자는 강제추행죄로 유기징역 1년 이상 또는 500만∼2000만 원의 벌금에 처해지는 게 고작이었다. 보통 유기징역 5년 이상에 처해지는 강간죄 형량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처벌이다.

강남세브란스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남아는 성폭행을 당하면 같은 방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복하려는 경향이 여아보다 훨씬 강하다”며 “피해 수치심도 여아보다 커 신고도 더 안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남아 피해자에 대해서도 강간죄 기준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번에 개정된 것이다. 다만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한 강간죄는 종전처럼 인정되지 않는다.

비판도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김다미 씨(28)는 “법 개정은 일단 환영하지만 법이 강간을 ‘성기와 성기의 결합’으로 정의하고 있어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구강이나 항문까지 강간을 인정해야 완전한 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린이집 및 유치원 원장, 초중고교 교사와 교장 등 청소년 성범죄의 ‘신고 의무자’가 가해자일 경우 가중처벌을 받는 조항도 신설했다. 이 경우 형기의 최대 50%까지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재판 절차에서 아동·청소년의 인권을 배려하는 조항도 마련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거나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부모나 교사, 상담사를 재판에 동석하지 않아도 된다.

한동안 사회적 이슈로 떠들썩했던 일명 ‘도가니 사건’처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서도 처벌을 강화했다. 우선 장애 아동·청소년에 관한 간음죄를 따로 신설했다. 지금까지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장애인이 자신이 항거 불능상태였음을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입증해야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었다. 개정안은 장애 아동·청소년을 간음한 사람은 무조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했다.

아동·청소년 성매매를 신고하는 이른바 ‘성(性)파라치’에 대한 신고포상제도 실시된다. 피신고자가 기소나 기소유예처분을 받으면 신고자는 100만 원 이내의 포상금을 받게 된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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