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갱도 질식’ 분출가스 자동감지장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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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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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과실여부 집중조사

3일 가연성 가스로 인한 질식사고로 광원 2명이 숨지고 6명이 크게 다친 강원 태백시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 갱도 입구. 태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3일 가연성 가스로 인한 질식사고로 광원 2명이 숨지고 6명이 크게 다친 강원 태백시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 갱도 입구. 태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3일 2명의 사망자와 6명의 부상자를 낸 강원 태백시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가 채탄 현장인 사고 지점에 가스 자동감지장치조차 설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태백경찰서는 이에 따라 5일 장성광업소 측의 현장 안전 규정 준수와 과실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태백경찰서와 장성광업소에 따르면 장성광업소는 가스 분출 위험도가 높은 ‘갑종 탄광’으로 분류된 곳. 하지만 현재 채굴 중인 17곳 가운데 자동감지장치를 설치한 곳은 단 5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가스 분출 위험도가 비슷해 같은 ‘갑종 탄광’으로 지정된 강원도 내 민영 A광업소는 30∼40개에 이르는 채굴현장에 모두 자동감지장치를 설치해 운영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마디로 가스 유출에 따른 폭발 사고 가능성에 소홀히 대비한 셈이다.

이에 대해 장성광업소 측은 “해당 지역은 채탄에 앞서 가스 유출 여부를 조사한 결과 안전하다고 판단돼 가스 자동감지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며 “작업 관리자가 작업에 앞서 매일 휴대용 검침기를 사용해 수시로 가스 분출 여부를 확인했지만 가스 유출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해명했다. 결국 채탄이 진전됨에 따라 순간적으로 땅속에서 뿜어 나오는 가스에 대해서는 폭발사고를 예방할 아무런 대비가 없다는 얘기다. 오대현 장성광업소 안전과장도 “(현재 대비 상태로는) 가스가 갑자기 뿜어 나오면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76년 역사의 장성광업소는 국내에서 가장 큰 대표 탄광으로 연간 생산량이 60만 t에 이른다. 광원만도 400여 명이나 된다. 게다가 현재 채탄이 이뤄지는 곳은 지하 975∼1025m 지점. 수직으로 1km나 파 내려간 지점에서 채굴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가스 유출에 따른 폭발 사고에 대비한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가 필요한 곳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광업소 관계자를 상대로 갱내 가연성 가스를 왜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는지를 집중 조사 중이다. 장성광업소는 과거에도 가스 폭발 및 질식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1994년 가스 유출로 광원 10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1997년 가스 폭발로 6명이, 1999년 가스 유출로 3명이 숨졌다. 하지만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는 1996년 아날로그 식 가스 자동감지장치를 디지털로 교체한 것과 지난해 말 이 시스템을 신형으로 교체한 것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번 사고 유족에게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평균임금의 1300일분에 해당하는 보상 일시금 또는 보상연금이 주어지고 회사 차원의 위로금이 전달될 예정이다. 보상금은 근무연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억 원 선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태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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