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희균]‘등록금 해법’ 논의 없이 한담만 나눈 장관-총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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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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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균 교육복지부
김희균 교육복지부
“장관님이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관님 말씀을 듣고 시작하겠습니다.”(김윤수 전국 국공립대총장협의회 회장·전남대 총장)

“그동안 국립대 구조개혁을 위해 많이 노력해줘서 감사합니다.”(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2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국 국공립대총장협의회 정기총회는 이렇게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현장의 기자들은 ‘덕담’이 끝나면 총장들과 장관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법원이 기성회비를 돌려주라고 판결하자, 대학들은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정부 생각은 달랐다. 국공립대가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면서 등록금을 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41개 국공립대·교대·산업대 총장 중 37명이 모인 만큼, 서로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다 보면 어색하거나 불편한 분위기로 바뀌지 않겠느냐고 기자들은 점쳤다.

하지만 예상이 어긋났다. 이 장관은 등록금이나 기성회비를 낮춰달라는 말을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등록금 인하에 노력해준 총장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총장들 역시 덤덤하게 나왔다. ‘전국 국공립대 총장들의 입장’이라는 문건을 통해 ‘정부는 고등교육 분담 비율을 현재 22%에서 50% 이상으로 늘려 국공립대부터 반값 등록금을 실현해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했을 뿐이다. 양측은 국립대재정·회계법 통과를 위해 노력하자며 끝까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

국립대 기성회비와 등록금 문제의 해법을 어떻게 찾을지 궁금했지만 양측은 여유 있는 말을 주고받는 데 그쳤다. 모 대학 총장이 “너무 심심해서 못 있겠다”고 비꼬며 중간에 자리를 뜰 정도였다.

장관은 총장들을 공개석상에서 몰아붙일 때의 후유증을 염려했고, 총장들은 3월부터 교과부가 본격적으로 추진할 구조개혁의 칼바람을 의식해서였을까.

양측은 기성회비 반환 판결에 따른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비상대책실무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데 합의하고 이날 모임을 끝냈다. 비싼 등록금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과 학부모들은 비싼 호텔에서 한담을 주고받는 모습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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