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전도 좋지만… ‘묻지마 10% 감축’ 기업 속앓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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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라인 한번 쉬면 큰 손실… 차라리 과태료 내는게 유리”
비용 비싼 자체발전 추진도… 기업들 “탄력적 운용 필요”

“정전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정부 정책은 이해하지만 이미 원가 절감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 기업들이 피크시간대에 10%의 전기를 줄이는 게 쉽지 않습니다.”

시멘트 제조업체인 A사는 15일부터 시행된 정부의 겨울철 전력비상대책으로 비상이 걸렸다. 건설업계는 겨울철이 비수기지만 내년도 사업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시멘트 업계는 12월∼내년 2월이 가장 활발히 공장을 운영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에서는 “정부의 전기절약 대책을 따르면 건설업계의 시즌이 본격화되는 내년 3월부터 물량을 제때 공급할 수 없다”고 푸념했다.

정부가 열흘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15일부터 산업체 및 일반건물 등에 대한 전기 사용을 단속하면서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전 홍보가 부족했던 데다 업종별 생산 사이클을 이해하지 못한 ‘밀어붙이기식 정책’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순간전력을 최대 1000kW 이상 쓰는 1만4000여 곳의 산업체가 내년 2월 말까지 전력 피크시간인 오전 10시∼낮 12시, 오후 5∼7시의 전력 사용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의무적으로 10% 이상 줄이도록 했다.

한 자동차업체 임원은 “일단 정부의 시책을 따르지만 자동차 산업은 생산라인을 한번 멈추면 다시 돌리기가 힘들기 때문에 연속성이 중요하다”며 “노조의 입김이 강해서 정해진 시간 내에만 근무를 마쳐야 하는데 중간에 쉬면서 전기사용량을 줄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광주상공회의소가 지역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산업용 전력사용 제한 방침에 대한 의견 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적지 않은 중견·중소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보다는 과태료를 내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업체는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공장에서 피크시간대에 전기를 10% 감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공장 가동에 따른 손실이 더 크기 때문에 과태료를 내는 게 낫다”고 말했다. 10% 감축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하루 최고 과태료인 300만 원으로 계산해 제한조치 기간(15일∼내년 2월 29일)에 최대 2억2550만 원을 내야 한다.

16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한국산업단지공단 동남권본부에서 주재한 창원지역 수출기업 간담회에서도 중소기업들의 이런 불만이 쏟아졌다. 또 경북 김천상공회의소는 최근 지경부 장관에게 보낸 건의문에서 “산업체 전력 사용 제한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과태료 부과보다는 인센티브 제도로 운용하는 것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일부 기업은 전기를 줄이는 대신 자체 발전기를 돌리는 ‘고육책’을 쓸 계획이다. 국내 정유업체 중 한 곳은 정부 정책은 따르되 자체 발전기를 사용해 공장은 정상적으로 가동하기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국전력의 전기를 쓰지 않고 자체적으로 설치한 발전기를 통해 전기를 사용하면 20% 이상의 비용이 더 든다”며 “결국 추가 부담은 유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경부 측은 “정부는 산업체 전력 사용이 최대치에 도달할 내년 1월 둘째, 셋째 주에 전력 사용을 20% 줄이면 나머지 피크 기간에는 5%만 줄여도 되는 등의 탄력적인 제도를 운영한다”며 “기업들의 불만은 이해하지만 겨울 피크 기간에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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