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로스쿨 1기 졸업생 1500명중 채용 500명뿐… 취업길 막막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9일 07시 13분


코멘트
지방대 법학전문대학원 예비 졸업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 달도 남지 않은 변호사 시험을 대비해야 하는데다 취업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졌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내년초 졸업 예정인 1기 로스쿨생 1500명 가운데 채용 규모는 500명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천명 가량은 사실상 실업 상태에놓이게 될 판이다.

대형 로펌들이 우수 인재를 가채용 형식으로 끌어가는 상황에서 지방 로스쿨은 일부 차별까지 감수해야 한다.

지방에는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도 적어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의 고민을 깊게 하고있다.

◇설 땅 없는 지방 로스쿨생

졸업예정자가 80명인 충남대에서 5명 정도만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 법무실, 지역 법무법인 등에 취업이 결정됐다.

군법무관으로 입대하는 4명과 기존 직장 복귀가 예상되는 2~3명을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는 발품을 팔아가며 직장을 찾아 나서야 한다.

전국 11개 지방대 로스쿨에 확인한 결과 800여 원생 중 로펌에 가채용이 확정된 경우는 채 20명이 되지 않았다. 채용이 확정된 학생이 한 명도 없는 대학도 일부 있다.

변호사업계 진입이 불투명하다고 본 로스쿨생들은 재판연구원(로클럭. law clerk)으로 눈을 돌린다. 그러나 '바늘구멍'이기는 마찬가지다.

대법원이 전국 5개 고등법원 권역 단위로 모두 100명의 재판연구원을 임용하기로 하고 신청받은 결과 710명(2지망까지 중복지원 가능)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대의 한 관계자는 "대형 로펌들이 수도권 로스쿨 출신을 선호해 대다수가 검사나 법원 재판연구원을 준비한다"며 "제한된 숫자 때문에 문턱 넘기는 쉽지 않을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남대 로스쿨 재학생 A(30)씨는 "3년간 학비와 생활비만 1억원이고 다른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눈높이를 낮출 수도 없다"며 "대형 로펌이나 고액 연봉을 꿈꾸진 않았지만 전문직으로서 또래 직장인보다 다소 나은 수입을 기대했는데 현 상황에서 취업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토로했다.

◇교수까지 '동분서주'

대다수 로스쿨생들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6개월짜리 실무연수 받을 곳 찾기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해당 대학에는 불이 발등에떨어졌다.

대학들은 로펌 관계자들을 초청해 취업설명회를 연다. 일부 교수들은 평소 인맥을 동원해 개별 변호사 사무실과 접촉하고 있다.

김수갑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지역 로펌 등에 졸업예정자의 취업을 부탁하고 있으나 지방대는 상황이 좋지 않다"며 "변호사뿐 아니라 행정기관, 기업체 등의 취업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아대 로스쿨은 부산시 등 지자체에 변호사 채용기회를 달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아주대 로스쿨도 시, 군 등 지자체들과 별정직 공무원 임용 등을 비롯해 졸업생채용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특성화..' 해답 될까

로스쿨 관계자들은 앞으로 반복될 취업난을 극복하려면 특성화 등 자구노력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각 로스쿨은 출범 당시 특성화를 내세웠지만 1기 졸업생 배출을 눈앞에 둔 현시점에서는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는 지적이 있다.

졸업생을 법원, 검찰, 정부, 공공분야, 기업 등 사회 각 분야 법률지원 인력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변협의 한 관계자는 "학기당 1000만 원에 가까운 학비를 내고 공부한 고급인력이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될 판"이라며 "시장과 고용규모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로스쿨제를 도입한 사회가 대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