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자유전공 절반 경영-경제 쏠림… 일부大선 고시반 전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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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제 많은 자유전공학부

자유전공학부는 특정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공부할 수 있다는 목표 아래 2009학년도부터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건국대 중앙대 등 주요 대학에 설치됐다. 로스쿨이 생기면서 없어진 법대를 대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은 입학 직후에는 폭넓은 학과를 경험하며 적성을 탐색하다가 2, 3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면 된다.

고려대 자유전공학부 1학년 A 씨는 “고등학교에서 진로 지도가 제대로 안 되는 만큼 전공을 탐색하고 선택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처음에는 막연히 경영학과나 경제학과에 가겠다고 하다가 수업을 들어보더니 문과대학에 가겠다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의 B 씨는 “여러 과목을 듣다 보니 배우고 싶은 과목이나 만들고 싶은 학과가 많이 생겼다. 억압이라 느껴지던 공부가 즐거워졌다”고 했다. 명지대 자유전공학부 2학년 C 씨는 “어느 과가 적성에 맞는지 모르는 학생에게는 최고의 전공이다. 다양한 진로를 가진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고 했다.

그러나 단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이 나와서 일부 대학은 자유전공학부를 없애거나 공직 또는 로스쿨 진출에 초점을 둔 학부로 바꿨다.

성균관대는 올 4월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미국식 제도라 소속감을 중시하는 한국적 특성과 맞지 않는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속이 없는 문제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단점이다. C 씨는 “단과대가 없으니 소속감이 없어 외롭고, 선배가 없으니 새 기수가 학생회를 꾸리는 데도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자유전공학부가 고시반이나 로스쿨 준비반으로 변했다. 중앙대는 자유전공학부의 상당수 학생이 휴학하거나 그만두자 로스쿨 진학에 초점을 맞춘 정책학사와 행정고시를 목표로 하는 행정학사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공공인재학부로 전환했다. 건국대도 공공인재양성과정(행정학 법학), 글로벌리더양성과정(경영 경제 어학), 글로벌과학인재양성과정(이공계) 등 3개의 한정된 커리큘럼으로 운영한다.

유명 학과에만 전공이 몰려 다양한 전공을 살리자는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1학기까지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의 전공을 배정한 결과 395건 중 경제·경영이 43%(169건)나 됐다. 연세대와 고려대도 자유전공 학생 대다수가 경영학과에 지원해 정원이 초과하자 인원 제한 규정을 만들었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분석실장은 “설립 초기에 비하면 지원 가능 점수가 2∼3점 정도 떨어져 인기가 시들해졌다. 다른 대학의 경영학과나 사회과학대에 합격하면 자유전공학부를 포기하는 학생이 많아 추가합격을 노리는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다”고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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