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들, 한국 선원만 재납치…제미니호 피랍 새 국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일 12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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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기 해적 피랍 사태로 기록될 듯

소말리아 해적들이 싱가포르 선사로부터 돈을 받고 지난 4월 납치한 '제미니(MT GEMINI)'호를 풀어주면서도 이 배에 타고 있던 한국인 선원만 다시 인질로 잡아 제미니호 피랍사태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한국인 선원 4명을 포함, 25명의 선원이 탄 제미니호가 피랍된 이후 싱가포르 선사가 주도적으로 협상해 왔지만, 해적이 유독 한국 선원만 계속 억류하면서 그동안의 '해적 대 선사'간 협상 구도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특히 이들 해적이 지난 7월 제미니호의 한국인 선원을 볼모로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아덴만의 여명 작전)으로 사살된 해적에 대한 보상과 당시 생포돼 한국에서 재판 중인 다른 해적의 석방을 요구했다는 점도 문제다.

해적의 속성상 이런 요구가 '협상금 프리미엄'을 받아내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지만, 상황을 더 어렵고 정치적으로 만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는 해적들이 이를 단순히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한국인 선원을 내세워 집요하고 강도 높게 생포된 해적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압박 작전을 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여기에다 이들 해적이 한국인 선원을 데리고 내륙으로 들어간 것도 이번 사태의 장기화를 전망케 하는 부분이다. 해안을 벗어나 '해적의 소굴'인 내륙으로 이동하게 되면 사실상 외부에서의 접근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는 "선사가 모든 책임을 지고 협상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1일 "협상 책임이 있는 선사와 긴밀히 협조하는 한편 다른 나라와 정보 공유를 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해적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국제적인 원칙이 고려된 것이다. 또 구도가 '해적 대 정부'로 바뀌면 판돈만 올라가고 협상은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

여기에는 어떤 정치적 명분을 앞세워도 "해적의 목적은 결국 돈"이라는 인식도 반영돼 있다. 협상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받아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인질로 잡힌 한국인 선원의 신변이 위협당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인식이다.

외교가 일각에는 제미니호를 납치한 해적과 아덴만 작전시 사살된 해적이 서로 연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재피랍 사태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지난 1월 아덴만 작전으로 타격을 받았던 소말리아 해적들이 한국 선원을 상대로 보복을 공언한 상태에서 발생한 피랍 사태임에도 정부가 해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너무 `로우키(Low-Key)'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해적들의 한국에 대한 감정 등으로 인해 싱가포르가 한국인과 다른 국적의 선원을 분리해서 협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억류된 한국 선원 중 선장은 해당 선사에 16년이나 근무한 사람"이라면서 "선사가 선원을 분리해서 협상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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