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人, 인천을 말한다]<7>이영환 前 인천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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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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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대신 사전 쥐여주는 선생님

이영환 전 인천시의회 의장은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의 리더십은 섬세함과 감성에서 나온다. 강함을 다스리는 것은 부드러움”이라고 강조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이영환 전 인천시의회 의장은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의 리더십은 섬세함과 감성에서 나온다. 강함을 다스리는 것은 부드러움”이라고 강조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이영환 전 인천시의회 의장(70)은 광역의회 사상 첫 여성 의장을 지냈다. 교사에서 유치원 이사장, 구의원, 시의원을 거쳐 인천시의회 의장을 지낸 것이다. 인천 동구 도원동에서 태어나 인천을 지켜온 여성 리더인 그는 스스로를 ‘또순이 인생’이라고 말한다.

“2002년 여성 시의장이 되어 첫 회의를 주재하는데 정족수를 못 채워 개회를 못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여성 의장에 대한 반감이 많았나 봐요. 구의원 시절에 여성 의원이란 이유로 공무원들에게 문전박대당한 경험이 떠오르더군요. 장고 끝에 의원들을 일일이 만나 ‘의회는 의장이 이끄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뽑은 여러분이 이끄는 것’이라고 설득했어요.”

정치에 입문한 계기를 물었다. “구의원, 시의원은 살림하듯 하면 된다는 지인의 추천으로 시작했습니다. 우리 동네를 위해 작게라도 봉사할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배반과 모략 등 역경도 있었지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는 송영길 인천시장의 이른바 ‘측근 시정’에 비판적 견해를 갖고 있었다. “지자체장이 자신의 출신지역 인사나 측근을 대거 들여와선 안 됩니다. 전문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겨야지요. 인천은 부채가 많습니다. 살림이 어려우면 불필요한 것을 찾아 과감히 줄여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소통을 중시하는 송 시장의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다. “정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입니다. 소통은 현장에서 나옵니다. 관련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고충을 듣는 것이 먼저입니다. 최근 송 시장이 청라특구 악취문제 해결을 위해 그곳에 거주한 것은 좋은 예입니다.”

그에게 화려함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집안이 어려워 2년여 야학을 다니면서 글을 깨쳤어요. 바지락 장사를 했던 어머니를 졸라 아홉 살이 돼서야 초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요. 어린 시절 배움의 욕구가 저를 만들었지요. 사범학교를 나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가족 부양을 위해 미장원, 택시 사업에 국숫집도 했어요. 선생이 장사를 한다는 오해도 받았지요.”

인천교육대 부속초교와 유치원이 분리되면서 20년 교사 생활을 접고 부광유치원을 인수해 이사장이 됐다. 2개 학급으로 시작한 유치원은 10개 학급에 실내수영장까지 갖춘 유치원으로 성장했다. 졸업생 1만2000여 명을 배출해 명실상부한 인천의 대표 유치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이들에게 조사학습을 시킵니다. 한 주제에 대해 여러 것을 찾아 발표하게 하되 반드시 사전 찾기를 가르칩니다. 인터넷보다 글 읽기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지요. 졸업할 때 원생들에게 자신의 손때가 묻은 사전을 기념품으로 줍니다.”

직원들이 퇴근하면 교실을 돌아보며 부족한 점을 적어 다음 날 교사들에게 건넨다. 늘 강조하는 것은 질서 교육과 인성 함양이다. “놀이시설보다 인천상륙작전기념관 같은 공공시설을 견학시킵니다. 감각적인 즐거움보다는 나라와 이웃을 생각하는 어린이들로 키우려 합니다. 식물 키우기 등 자연학습으로 기다림을 가르치지요.”

교육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학교에서 회초리가 없어지면서 교육이 실종되었습니다. 입시에 치중하다 보니 인성에 대한 관심이 없어요. 야단치는 선생도 수용하는 학생도 적습니다. 체벌하자는 것이 아니라 원칙과 예절, 사랑의 교육문화를 되찾자는 것이지요.”

끝으로 여성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시의원들과 해외시찰을 할 때 동료 의원이 거리에서 흡연하는 것을 보고 휴지로 재떨이를 만들어 준 적이 있지요. 여자니까 순종하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라는 것입니다. 여성의 리더십은 섬세함과 감성에서 나옵니다. 강함을 이끄는 것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이지요.”

박선홍 기자 su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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