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지킨 아들 잊힐라” 엄마는 글로 남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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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도 北 도발 1년’ 맞는 故 서정우 하사-문광욱 일병 부모

19일 오후 광주 남구 자택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전사한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 씨가 ‘우리아들 서정우 이야기’라는 글귀가 선명한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다. 김 씨가 쓴 이 글에는 서 하사의 전사 당시 상황, 부대 동료들이 보낸 편지, 성장 과정 등의 기록이 가득하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9일 오후 광주 남구 자택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전사한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 씨가 ‘우리아들 서정우 이야기’라는 글귀가 선명한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다. 김 씨가 쓴 이 글에는 서 하사의 전사 당시 상황, 부대 동료들이 보낸 편지, 성장 과정 등의 기록이 가득하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2010년 11월 23일 낮. 연평도에서 아들 정우가 전화를 걸어 밝은 목소리로 “말년 휴가 나간다”고 말했다. 착한 아들의 전화를 받은 뒤 기분 좋게 일에 몰두했다. 서너 시간이 지난 뒤 전화가 빗발쳤다.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 도발을 했다는 뉴스가 쉴 새 없이 나와 아들이 걱정된다는 안부전화였다. 정우 부대에 전화를 계속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는다. 설마….

# 2011년 11월 19일. 너무나도 어처구니없이 너를 잃고 아픔과 분노, 슬픔, 그리고 북한당국의 무모한 만행에 대한 원망으로 1년의 시간을 하루같이 흘려보냈구나. 아들과 함께 갔던 장소만 지나가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군인들만 보아도 또 생각나고. 평안한 천국의 행복을 누리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보고 싶은 아들 정우야… 사랑해! 》

19일 오후 광주 남구의 한 아파트.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전사한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 씨(51)가 자신이 쓴 ‘우리아들 서정우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 글은 서 하사가 연평도 포격도발로 전사한 상황이나 그 이후 장례식, 국립대전현충원 안장, 참배 과정 등을 기록하고 있다. 서 하사가 근무했던 해병대 부대 동료들이 명절이나 연말에 김 씨에게 보낸 편지 내용도 실렸다. 특히 글 마지막에는 서 하사의 어린시절, 학창시절이 자세히 적혀있다.

김 씨는 아들을 잃고 한 달이 지난 지난해 12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작성한 분량이 A4 용지 116쪽에 이른다. 앞으로 계속 아들에 대한 기록을 더 자세히 남길 계획이다. 언젠가 기록이 마무리되면 서 하사의 동생(현재 고1)에게 전달해 가족 수필집으로 남길 생각이다.

이처럼 가족 수필집을 만드는 것은 나라를 지키다 젊은 나이에 전사한 장남(서 하사)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모정(母情) 때문이다. 김 씨는 “아들 정우가 젊은 나이에 전사해 그 아이와 있었던 추억과 모습 하나라도 남기고 싶었다”며 울먹였다. 또 “아들을 잃은 슬픔이 가슴에 묻어지지도 않아 정우에 대한 기억을 남기는 일이 위안을 준다”고 말했다.

고 문광욱 일병의 아버지 문영조 씨(49)는 전사한 아들의 친구와 후배들에게 마음을 쏟는 것으로 아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문 씨는 최근 해병대사령부에 “23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리는 추모식에 아들의 친구, 후배 12명이 참석할 있도록 도와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올해 9월 문 일병의 동네 후배 강민호 씨(19)는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현재는 문 일병의 뒤를 이어 연평도를 지키고 있다. 이처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문 일병의 친구와 후배 6명이 “문 일병을 대신해 나라를 지키겠다”며 해병대에 입대해 복무하고 있다. 또 다른 친구와 후배 6명은 같은 마음으로 특전사나 육군에 입대했다.

문 씨는 “전사한 아들을 대신해 나라를 지키겠다고 앞다퉈 해병대 등에 입대한 12명이 아들 노릇을 해주고 있다”며 “나라를 지키려던 광욱이를 위해 추모식에 모두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해병과 민간인 등 4명을 죽이고 연평도 주민을 고통에 떨게 한 만큼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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