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중 1명도 노조가입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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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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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률 작년 9.8%… 33년만에 한자릿수로 떨어져

국내 노동조합 조직률이 10% 아래로 떨어졌다. 노조 조직률은 노조 가입이 금지된 일부 공무원을 제외한 전체 임금근로자의 노조 가입 비율이다. 노동계에서는 1990년대 이후 본격화된 ‘탈(脫)노조’ 현상이 하나의 분기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 근로자 늘어도 노조원 되레 줄어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국내 노조 조직률이 9.8%로 집계됐다고 16일 밝혔다.

정부가 노조 조직률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7년 이후 최저 수치다. 국내 노조 조직률은 2004년 이후 10%대에서 소폭 상승과 하락을 거듭해 왔다. 노조 조직률 10% 미만은 현재 임금을 받고 있는 근로자 가운데 노조에 가입한 사람이 10명 중 1명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 양대노총 미가입자 급증 “노동운동 기반 무너지나” ▼

노조 조직률은 집계 첫해인 1977년 25.7%로 최고치를 나타낸 후 1986년(16.8%)까지 매년 감소했다. 그러다가 민주화운동이 있었던 1987년 18.5%로 반등한 후 1989년(19.8%)까지 3년 연속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1990년 18.4%로 떨어진 후 계속 하락세를 보였다. 2009년에는 노조 조직률 10.1%에 머물며 10%대가 깨질 것은 이미 예견됐다.

올해 노조 조직률이 줄어든 것은 노조 가입자 수가 근로자 증가 추이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근로자는 60만8000명이 늘어 1680만4000명이 됐다. 반면 같은 기간 노조원 수는 164만3000명으로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김성호 고용부 노사관계법제과장은 “근로자는 늘어나는데 노조 가입자 수는 정체되거나 감소하며 노조 조직률이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가입자는 1989년에 193만 명으로 최고였다.

○ 산업구조 변화-젊은층 무관심 원인

노조 조직률 하락에는 국내 산업구조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유병홍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노조 조직률 하락은 지속적인 현상”이라며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바뀐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체 근로자들은 같은 공장에서 함께 일하며 ‘연대’가 이뤄지지만 서비스업의 경우 판매 관리 등 개별적인 활동이 많다. 노조 가입 필요성이 크게 떨어지는 셈이다. 또 단기 계약으로 채용되는 비정규직 역시 노조 가입률이 크게 떨어진다. 정규직 위주인 기존 노조에서 이들을 노조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577만 명에 이른다.

젊은층의 노조 외면도 노조 조직률 하락의 또 다른 원인이다. 유 연구위원은 “최근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젊은층은 개인적인 실력에 기반을 둔 성취 욕구가 강하다”며 “집단적인 성격이 강한 노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노조를 통하는 것 외에는 불만 해소 통로가 없었던 과거와 달리 회사에서 먼저 근로자의 불만을 접수해 해결하는 등 적극적인 인사관리 기법이 등장한 것도 노조 가입률 하락의 원인으로 꼽혔다.

○ 외면받는 양대 노총

노조 조직률이 꾸준히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기존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는 노조원 수는 꾸준히 늘었다.

이들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미가맹 노조 조합원은 2005년 9만3000명에서 지난해 33만4000명으로 5년 사이 3배 이상으로 늘었다. 반면 한국노총은 같은 기간 조합원이 77만1000명에서 72만8000명으로 5.6%, 민주노총은 62만7000명에서 58만 명으로 7.5% 줄었다. 기존 양대 노총에서 이탈한 근로자들이 대부분 미가맹 독립노조에 흡수된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전의 투쟁 패러다임 그대로인 양대 노총이 이젠 근로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라며 “비정규직을 끌어안고 현장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양대 노총은 물론이고 국내 노동운동이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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