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수화를 알면 세상이 따뜻해집니다”… 수화를 배워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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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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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말 배워서 글로벌 시대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인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수화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서울수화전문교육원에서 수화 기초과정을 배우는 영양사 오승민 씨(29·여)의 바람이다. 주말마다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봉사하던 오 씨는 수화를 몰라 청각장애인과 의사소통하기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달 초 서울시 농아인협회가 운영하는 교육원을 찾아 기초반에 등록했다. 한 달 과정이 끝나가는 요즘 짧은 문장의 의사표현이 가능해져 자원봉사에 한층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중급 수준인 회화반(2개월 과정)과 신문기사나 전문 서적을 표현할 수 있는 고급반에 도전할 생각이다.

○ 서울수화교육원 수강생 한 해 4000명

매월 마지막 주 수강생을 모집하는 교육원에서 수화를 배운 사람은 올해 3734명이다. 지난해의 3910명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연말이면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날 게 확실시된다. 서울시가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어 교재부터 수강료까지 모두 무료다. 기초반에서 시작해 공인수화통역사 시험에 대비하는 반까지 단계적으로 편성돼 있다. 비장애인이 주로 수강하지만 청각장애인의 정확한 수화 구사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기초, 중급으로 나뉜 장애인 전용반도 있다.

과거에는 공무원이나 사회복지사 등 특정 계층의 단체 수강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주부, 직장인, 학생 등 다양한 사람이 찾아오는 게 특징이다. 교육원 측은 수화를 배워 자원봉사에 나서는 층이 다양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주부 홍영숙 씨(49·서울 양천구)는 2009년 5월 교육원이 문을 열 때부터 수강한 터줏대감이다. 홍 씨는 청각장애인의 자녀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청각장애인 자녀는 직접적인 장애를 갖고 있지 않아도 발음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홍 씨는 동화책을 읽어주며 이를 바로잡아 주고 아이들이 부모와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간단한 수화도 가르친다. 교육원에는 홍 씨 외에도 종교단체, 학교, 직장에서 장애인과 소통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마음을 키워주는 수화 교육

신입생 전원에게 수화교육을 하는 고등학교도 생겼다. 서울 노원구 상명고등학교는 올해 3월부터 매주 목요일 7교시 방과 후 학습시간을 수화교육 과정으로 편성했다. 1학년 477명이 수화를 배운다. 시가 지원하는 서울시수화통역센터 소속 전문 수화통역사 12명이 강사로 파견됐다. 고등학생이 특별활동 시간에 동아리 차원에서 수화를 배우는 경우는 있었지만 한 학년 학생 전원이 정기적으로 수화 수업을 받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학부모 권중분 씨(47·여)는 “학교에서 영어 수학도 아니고 수화교육을 한다고 해 처음엔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하지만 수화를 배우면서 아이가 마음까지 커가는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다음 달 ‘제6회 서울시수화문화제’를 열어 연극, 댄스 등의 문화행사와 수화에 관심을 높이기 위한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교육원 수강 문의 02-393-3515, www.sdeafsign.or.kr

김재홍 기자 no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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