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누구도 포스텍을 지방대라 부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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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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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기자
이권효 기자
발전소 설계 전문 공기업인 한국전력기술이 최근 처음 마련한 공학캠프에서 영남대 전기공학과 3학년 박현제 씨(24)가 수석을 차지했다. 서울대와 KAIST 등 전국 25개 대학 공학도 48명이 경쟁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전공을 활용한 실무능력이 놀라울 정도”라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원자력 전문 인력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씨도 “원자력 전문가가 되기 위해 잠을 줄여 가며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대구 경북 지역 대학과 학생들이 전국 규모 경시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거나 취업률 평가에서 전국 최고 수준을 증명하는 등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계명대에서 섬유디자인을 공부하는 김다영 씨(20)는 며칠 전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텍스타일디자인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또 대구가톨릭대 학생은 최근 농림수산식품부가 주최한 막걸리병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영남대 학생들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경시대회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대구 영진전문대와 영남이공대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146개 전문대 가운데 가장 우수한 학교로 선정한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7개교에 포함됐다. WCC는 교육과 취업, 산학협력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을 보증한다. 경북 구미1대학은 구미국가공단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매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취업률을 자랑한다.

이 같은 사례만 놓고 보더라도 오랫동안 지역 대학에 때론 족쇄처럼, 때론 핑계처럼 따라다니는 ‘지방대’ ‘지방대 학생’이라는 말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점점 줄어든다는 게 기업체 관계자들의 말이다. 개인의 능력과 인성을 더 중시하는 ‘열린 채용’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지방대’나 ‘비수도권대’라는 말은 모호한 점이 있다. 포스텍(포항공대)은 경북 포항시에 있지만 누구도 이 대학을 지방대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냥 한국의 포스텍일 뿐이다. 5일 새 총장을 맞이한 포스텍은 “실력으로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이 된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포스텍이나 WCC, 전국 1등 지역 대학생들의 공통점은 전국, 나아가 세계를 상대로 실력을 증명해 보이려는 절실한 노력이다. 실력 앞에 지방대는 없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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