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복지확대’ 시대흐름 읽지 못한 탓”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4일 20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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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 보편복지 지지 표명…"총선·대선에 큰 의미"
주민투표 자체 본질적 한계 노출 지적도

24일 서울에서 실시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33.3%의 투표율을 채우지 못하고 무산된 것은 결국 서울시민이 보편적 복지에 대한 지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투표 참여 행위 자체로 자신의 정치적인 성향이 드러난 것은 주민투표의 근본적인 한계라는 지적이 함께 나왔다.

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 교수는 이날 투표 결과에 대해 "우리 사회가 복지나 공공성 문제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시점이 됐다는 데 시민의 공감대가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막대한 투표 예산도 문제지만 정치에 대한 시민의 혐오가 커진 점 등까지 고려하면 이번 투표의 사회적 비용이 매우 크다"며 "오세훈 시장이 그런 부분과 상관없이 도박을 한 데 대해 시민이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한국의 복지 수준이 워낙 뒤떨어지다 보니 지금보다 복지를 더 확대해야 할 객관적인 필요성이 있었다"면서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이미 무상급식에 대한 판단이 나왔는데 이 문제를 다시 주민투표까지 한 것이 패착이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오 시장이 담론 대 담론의 싸움을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 같지만 이번 주민투표는 그 단계까지도 결국 못 간 것"이라고 해석했다.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최한수 교수는 "경제적 평등을 하나의 권리로 보는 것이 시대 정신인데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이 이런 흐름을 읽지 못했다"면서 "넓혀서 보면 현 정부의 임기 말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 성격의 투표가 됐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주민투표가 거부와 참여로 나뉨으로써 공개 투표화됐는데 이는 총선이나 대선과는 그 성격이 다른 주민투표의 자체적인 한계를 보인 것"이라면서 "앞으로 어떤 주제로, 어느 진영에서 주민투표를 제기해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진보적 유권자들이 애초에 투표를 거부한 상황에서 오 시장이 시장직을 건 것이 보수적인 유권자를 결집하는 데에는 효과가 있었겠지만 중도 부동층에게는 그다지 호소력이 없었다"면서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해진 상황에서 이 같은 투표 결과는 앞으로 총선과 대선에 갖는 함의가 클 것 같다"고 말했다 .

이날 '소득 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 실시'와 '소득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전면적으로 무상급식 실시' 등 2가지 안을 놓고 주민투표가 실시됐지만 투표율33.3%를 달성하지 못해 무산됐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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