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나의 NIE]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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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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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기고’ 美 어느 고교생의 교훈

미국 뉴저지 주 무어스타운 고등학교에서 생긴 일이다. 뉴욕타임스 2003년 7월 20일자에 따르면 이 학교의 블레어 혼스타인은 수석 졸업과 함께 하버드대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이 학생이 재학 중 지역 신문에 기고했던 5건의 글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과 연방대법관들의 저술에서 많은 구절을 그대로 가져왔음이 밝혀졌다. 문제가 되자 이 학생은 출처를 밝히지 않은 이유를 저널리스트로서 경험 부족 탓으로 돌리며 신문에 기고하는 글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고 변명했다.

온라인을 통해 입학 취소 서명운동이 일어나자 하버드대는 입학허가를 전격적으로 취소하기에 이른다. 하버드대의 입학허가를 받은 학생은 정직성과 도덕성에 흠결이 드러날 경우 입학이 취소될 수 있다는 서류에 서명하도록 요청받는데 표절이 이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신문을 교육에 활용하는 NIE는 미국 등 선진국에선 오래전부터 활성화되었으며 대학 등 상급학교 진학에 중요한 자료로 쓰인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입시 경쟁이 과열되면서 고등학생이 이른바 ‘스펙’을 쌓으려고 신문에 기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문 학술지에 글을 보내거나 단행본을 내는 사례까지 나온다. 이와 관련한 사교육 시장도 생겼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혼스타인처럼 남의 글을 자신의 글인 양 마구 가져다 쓰거나 전문가가 대필하는 사례가 만연해 정직하게 글을 쓰는 학생들이 오히려 저평가되면서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

저작권자의 동의가 있으면 면책되는 저작권 침해와 달리 표절은 저자의 동의나 용서로도 책임이 없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클린턴 전 대통령이 문제를 삼지 않는다고 해서 혼스타인의 표절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표절은 창의성에 대한 독자의 기대를 저버린다는 점에서 저자 이외에 독자도 피해자로 만든다. 또한 표절한 글로 대학 진학에서 이익을 보았다면 정직하게 글을 쓴 경쟁자가 피해자가 된다는 점에서 그 해악이 저작권 침해 못지않게 크다.

NIE는 ‘정직한 글쓰기’를 전제로 한다. 글의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표절을 한다면 교육 목적으로 신문을 활용하자는 NIE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신문에 기고한 글이 표절이라면 그 글과 신문게재 경력이 직접 또는 간접으로 영향을 미쳐 얻어낸 대학 입학허가도 취소될 수 있다. 바로 이런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합의가 있을 때 NIE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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