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음악-무용치료 받더니 아이가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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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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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예술창작센터 방학 심리치료 인기

서울 성북구 종암동 성북예술창작센터에서 5일 열린 무용·동작치료 프로그램. 초등학생들이 무용동작 심리치료사의 지도에 따라 신문 위에 올라가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이충우 인턴기자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서울 성북구 종암동 성북예술창작센터에서 5일 열린 무용·동작치료 프로그램. 초등학생들이 무용동작 심리치료사의 지도에 따라 신문 위에 올라가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이충우 인턴기자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색연필을 손에 든 아이들은 앞에 놓인 탬버린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주여행을 하고 있는 모습과 온 가족이 네잎클로버에 둘러싸인 장면이 탬버린 위에 그려졌다. 자신만의 악기를 만든 아이들은 하나둘씩 앞으로 나와 그림에 대해 설명했다. 한쪽에선 둥그렇게 둘러앉은 아이 10여 명이 차례로 자기소개를 하고 있었다. 큰 소리로 자기 이름을 내지르는 아이, 부끄러워하며 속삭이듯 말하는 아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큰 동작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아이…. 어린이들은 가장 자신 있는 방법으로 스스로를 표현하고 있었다.

이 수업은 성북예술창작센터에서 여름방학 동안 진행하는 음악·무용동작치료 프로그램. 5일 찾은 성북예술창작센터에서는 지난달부터 시작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학부모들은 방학 동안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고 심리치료 프로그램에 참여시킨 데 대해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날 아들과 함께 센터를 찾은 배재은 씨(45·여)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관계가 서툴러 인사도 제대로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소극적이던 아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눈에 띄게 변하고 있어 너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신문지 찢기 놀이를 한 정재우 군(10)은 “평소 집에서 못 하는 걸 마음껏 할 수 있어 좋다”며 “방학 때는 친구도 못 만나서 심심했는데 이곳에 오면 너무 신나 겨울방학 때도 꼭 오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성북예술창작센터는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다. 예전 보건소 자리에 들어서면서 프로그램 콘셉트를 ‘치료, 소통, 나눔’으로 잡았다. 예술 심리치료를 하는 곳이 개인 연구소나 종교 기관이 대부분이라 비용이 많이 들자 시가 무료 서비스에 나선 것이다. 센터 1층에는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 ‘성북예술다방’을 만들어 차를 마시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문제가 있는 아이만 이곳을 찾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주변 사람과 쉽게 어울리는 법을 배우려는 아이, 스트레스와 분노를 자연스럽게 표출하는 법을 배우고 싶은 아이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나희경 창작센터 총괄매니저는 “정상, 비정상 상관없이 아이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창작센터에서는 미리 아이의 문제점을 파악해 프로그램을 짜기보다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담당 교사가 아이의 수준과 성향에 맞춰 나간다. 이곳에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김호정 무용동작심리치료사는 “동작치료는 효과가 무척 빠른 편”이라며 “아이들에게는 학습적 교육보다 정서적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일회성부터 3개월짜리 장기 프로그램까지 다양하다. 프로그램은 한 달 전에 인터넷 카페(cafe.naver.com/sbartspace)에 공개된다. 하반기(7∼12월) 프로그램 신청을 받고 있으며 참여 경험이 없는 아이를 우선 뽑는다. 저학년은 온라인으로 신청받고 고학년(4∼6학년)은 교육청이 추천하는 소외계층 어린이를 우선 선발한다. 자세한 문의는 창작센터 홈페이지(www.seoulartspace.or.kr)나 전화(02-943-9300)로 하면 된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이충우 인턴기자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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