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없이 기술자격증?” 뿔난 1200만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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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부 “교육과정 이수자 자동부여”… 홈피에 항의글 빗발

“이런 정책 만들 바에야 차라리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쉬세요.”

조용하던 고용노동부 홈페이지가 들썩이고 있다. 홈페이지에 있는 정책토론 분야 입법예고 공지사항에 이례적으로 9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문제의 공지사항은 고용부 홈페이지 ‘정책 토론방’에 지난달 22일 게시된 ‘국가기술자격법 일부 개정 법률안 입법예고’. 많아야 10건 정도의 댓글이 달리는 다른 입법예고 토론과 달리 조회수도 1500회가 넘어 고용부 정책토론 중 역대 최다였다.

댓글의 대부분은 정부를 성토하는 글이었다. 실명 게시판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에 대해 “아메바 같은 머리”, “조선조 500년을 잇는 탐관오리 정신” 등 원색적인 비난도 줄을 이었다.

무슨 일 때문에 고용부가 이런 험한 소리를 듣게 된 것일까. 문제가 된 것은 개정안에 포함된 ‘과정이수형 국가기술자격제도’다. 5월 이명박 대통령 주재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처음 제안된 이 제도는 특성화고교와 전문대 등 교육기관에서 관련 기술 과정을 이수한 사람에게 별도의 자격시험 없이 기술자격증을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용부는 “자격증 시험 자체가 사회적으로 낭비 요소가 있다”며 “과정이수형 자격제도를 점차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556종의 국가기술자격증은 산업인력공단 등 7개 검정수탁기관에서 시험을 통해 발급해 왔다. 지금까지 총 2300만여 개의 자격증이 1200만여 명에게 발급됐다.

논란은 형평성 문제에서 시작됐다. 기존 자격증 소지자들은 힘들게 자격증을 얻었는데 정부가 시험 없이 준다고 하니 화가 난 것이다. 특히 개정안이 산업 현장에서 주로 취득하는 ‘기술자격’에만 국한돼 있어 ‘기술직 홀대’ 논란까지 번지고 있다. 전기분야 산업기사 자격증을 가진 김모 씨(37)는 “쉬워 보이는 자격증도 근로자들은 몇 년을 준비해야 딸 수 있다”며 “과정만 이수했다고 자격증을 받는다면 정부가 국가자격증제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 정책토론에 참여한 한 누리꾼은 “변호사 법무사 회계사 감정평가사 등 다른 자격증도 모두 과정이수형으로 바꾸기 전까지는 이 제도에 찬성할 수 없다”며 “정부가 기술자를 우습게 본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예정대로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태도다. 고용부 관계자는 “세부방침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556종 중 일부 자격증만 과정이수형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10월까지 법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하미용 고용부 직업능력정책관은 “관련 과정을 엄격하게 운영해 논란을 불식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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