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무상급식 투표 초점이동, 찬성vs반대→참여 vs 불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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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거부 운동을 벌여 불법, 관제 주민투표를 무산시키겠다.”(투표거부시민운동본부)

“얼마 전까지는 투표가 민주주의 꽃이라고 했다가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바꿀 수 있나. 투표장에 나와 떳떳하게 선택해야 한다.”(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

4일째로 접어든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운동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주민투표를 둘러싸고 무상급식 정책 자체에 대한 ‘찬성 반대’보다 투표 ‘참여 불참’에 초점을 맞추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투표 거부 운동이 주민투표제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투표 관련 단체 속속 출범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3시간 간격으로 주민투표 반대, 지지 단체가 번갈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투표거부시민운동본부.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 발족식을 열고 주민투표 거부 운동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민주당 등 야5당과 참교육학부모회, 한국진보연대, 참여연대 소속 50여 명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투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불법, 관제, 혈세 낭비의 나쁜 투표”라며 “투표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치구별로 지역운동본부 구성을 마치고 거리 캠페인을 시작할 예정이다.

보수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원한다면 투표장에서 그 안을 선택해 달라고 시민에게 호소하면 된다”며 “주민투표제가 시민들이 직접 의사를 개진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인 만큼 투표 거부 운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는 투표운동이 시작된 1일부터 광화문, 종로, 명동 거리 유세에서 포퓰리즘의 폐해를 지적한 신문 20만 부와 전단지 100만 부를 배포하며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 투표율 동상이몽(同床異夢)

다른 선거와 달리 투표 참여·거부 운동이 펼쳐지는 이유는 투표율이 승부를 가를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한나라당은 개표가 가능한 투표율인 33.3%를 넘기면 야당의 전면적 무상급식이 폐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가 주장하는 ‘소득 하위 50%를 대상으로 단계적 무상급식 실시’가 아닌 전면적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투표장으로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다.

오 시장을 지원하기로 한 한나라당은 투표율 끌어올리는 데 총력전을 펼 계획이다. 이종구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은 “민주당이 다른 선거에서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전자투표를 하자는 논의까지 해놓고서 투표장에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야당 측은 “투표 자체가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재판 중인 사안을 투표에 부친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권에 대한 욕심으로 크게 판단을 그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투표 자체에 대한 법적 판단이 나오기 전에 투표 거부 운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홍용표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표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면 투표 거부는 민주주의적 질서 자체를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정말 전면적 무상급식이 필요하다면 투표를 통해 이기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투표율이 높아야 민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며 “중립성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유권자들에게 투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한윤창 인턴기자 한양대 법학과 3학년  
이충우 인턴기자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오늘부터 부재자 신고▼

5일부터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부재자 신고가 시작된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 치러지는 주민투표당일 참여가 어려운 유권자는 누구든 신고만 하면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다고 4일 밝혔다. 부재자 투표는 18, 19일 이틀 동안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실시된다. 신고는 5∼9일 주민등록지구청이나 동주민센터에 부재자신고서를 작성해 직접 제출하거나 우편으로보내면 된다. 우편 신고는 9일 오후 6시까지 주민등록지 구청으로 보내야 한다. 부재자신고서는 구청, 주민센터 민원실에 비치돼 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www.nec.go.kr)나 시선거관리
위원회 홈페이지(su.election.go.kr)에서 출력해 사용할 수 있다. 부재자 투표소는 15일 이후 공고될 예정이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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