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딛고 공부잘하는 학생… 한국, OECD 중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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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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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집안형편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가난할수록 질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어 성적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한국 학생은 열악한 환경을 다른 나라 학생에 비해 더 훌륭히 극복하고 있다는 뜻이다.

OECD는 3일 ‘사회적 배경의 극복(Overcoming Social Background)’ 보고서를 통해 최근 발표된 2009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자료를 토대로 34개 회원국과 31개 비회원 파트너국 등 65개국(도시 포함)에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resilient)’ 학생의 비율을 산출했다. 어떤 나라에서 사회경제적 배경이 하위 25%에 해당하는 학생의 성적을 비슷한 경제수준과 교육환경을 지닌 다른 모든 조사 대상 나라 학생들의 성적과 비교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한 그룹으로 묶은 학생들 가운데 성적이 상위 25% 이내에 해당하는 학생의 비율을 산출했다.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조사 결과 한국의 가난한 학생 가운데는 56%가 상위 25% 이내에 들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한국에서 가난한 학생의 절반 이상이 비슷한 처지의 다른 나라 학생에 비해 공부를 훨씬 잘한다는 뜻이다. 이어 핀란드가 46%로 2위, 일본 및 터키(이상 42%), 캐나다 및 포르투갈(이상 39%) 등의 순이었다.

반면 주요 7개국(G7)에 속하는 미국과 영국, 독일은 각각 29%, 24%, 23%에 그쳐 가난한 학생일수록 학력이 그만큼 더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나라에선 사회적 계층 이동 가능성(social mobility)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고 OECD는 밝혔다.

조사 대상을 비회원국 및 도시로 넓혔을 때는 도시 자격으로 PISA 조사에 참가한 상하이(중국)가 76%로 가장 높았고 홍콩(중국)이 72%로 2위, 한국은 3위를 기록했다. 또 마카오(중국·50%), 싱가포르(48%)가 뒤를 이어 전체적으로 아시아권이 1∼5위를 휩쓸었다.

OECD는 보고서에서 “가정환경이 자녀 교육의 성공에 큰 영향을 주고 이런 환경 자체를 바꾸는 게 힘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선 성공을 가로막는 사회경제적 장벽이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OECD는 가난한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올리는 방법으로 △학교 정규교육을 통한 충분한 수업시간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동기 부여 △결핍 학생에 대한 질 높은 멘터링 등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2006년 PISA 조사에서도 가난하지만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스스로 과제에 대한 답을 쉽게 찾을 것으로 생각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가난한 학생일지라도 학교 수업을 충분히 받으면 학업성취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OECD는 설명했다.

PISA는 OECD가 3년에 한 번씩 전 세계 주요국 학생들의 읽기, 수학, 과학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2009년에는 65개국에서 47만 명이 참가했다. OECD는 이번 조사에서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측정하기 위해 부모의 직업과 교육수준을 비롯해 학생의 공부방이나 책상 유무, 가정 내 도서 및 인터넷 같은 교육기자재 사용 가능 여부 등을 조사했다.

한편 2009년 PISA 조사에서 한국 학생들은 인쇄 매체 및 디지털 독해 평가 부문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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