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지수]<상>한국, 안전성·적응능력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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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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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홍수-가뭄 등 물재난 특히 취약
동아일보 미래전략硏-KEI-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기후변화지수 평가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세계적으로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가 지나간 서울 서부간선도로 오금교 근처의 모습. 동아일보DB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세계적으로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가 지나간 서울 서부간선도로 오금교 근처의 모습. 동아일보DB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가 공동 실시한 ‘기후변화 안전성 및 적응력 지수(VRI)’ 평가 결과 한국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인한 재난 가운데 홍수, 태풍, 가뭄 등 ‘물 재난’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유럽 국가에 비해 연안 지역 인구 밀도가 높아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큰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병국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은 “해수면 상승이 우려되는 지역의 주민 이주, 재난대응 시스템 개선, 기반시설 확충 노력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기후변화 피해 가능성 최고 수준


각국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나타내는 ‘안전성’ 평가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32개국 중 25위로 나타났다.

안전성 부문 세부항목 중 인간정주-기반시설에서 한국이 최하위권인 30위로 평가된 데는 연안지역 거주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인간정주-기반시설 항목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잠재적인 위험성과 안전한 물 공급 및 위생 서비스 등을 주로 평가한다. 평가 대상 국가가 대부분 선진국이어서 물 공급이나 위생 분야 평가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한국은 캐나다, 핀란드, 호주, 스웨덴 등 상위권 국가와 비교해 연안 지역 인구 밀도가 높아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의 절반 이상이 해수면보다 낮지만 오랜 기간 대응책을 마련해 온 네덜란드는 이 항목 순위가 14위로 한국보다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은 다른 안전성 세부항목인 ‘수자원’ 평가에서도 29위에 그쳤다. 최근 홍수 피해가 잦지만 실질적인 수자원 이용률이 29%에 그쳐 공급량 자체가 적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에 따르면 한국은 국민 1인당 수자원 이용량이 일본의 절반을 넘지만 공급량은 절반이 채 안 되는 실정이다. ‘보건’ 항목 평가에서는 한국이 19위로 중위권이었다. 이 항목 평가에는 여성 1인당 출산 자녀 수, 국민 평균수명 등의 지표가 사용됐다. 1인당 자녀 수가 적고 장수국가로 알려진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안전성 부문 세부 항목에서 한국이 가장 우수한 분야는 ‘식량안보’였다. 이 항목에서 한국은 중상위권인 11위를 차지했다. 식량안보는 단위 농지면적당 곡물 생산량, 인구 1인당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 등의 지표로 평가했다. 1인당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은 기후변화 등으로 곡물 생산이 부족해질 경우 대체 식량 공급원을 평가하는 지표다. 한국이 이 항목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얻은 데는 최근 어패류, 육류 등의 소비가 늘면서 곡물 소비가 준 데다 서구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육류 소비가 적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환경적 적응 능력 24위 그쳐

안전성 평가와 나란히 실시한 기후변화 적응 능력 평가에서 한국은 20위였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 노출도에 비하면 순위가 높지만 적응 노력이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기후변화 적응 능력을 나타내는 세부항목 중 ‘경제적 능력’ 평가에서 한국은 중하위권인 21위였다. 이 평가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소득분배 형평성 등의 세부지표로 구성됐고, 1인당 GDP가 높고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한국은 또 세부항목 평가인 ‘환경적 적응 능력’에서 24위에 그쳤다. 이 항목은 자연생태계에 주어지는 환경적 스트레스에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한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인구밀도, 대기 중 이산화황 농도, 관리되지 않은 토지 면적 비율 등의 지표로 구성됐다. 한국은 인구밀도, 이산화황 농도 등에서 최하위권으로 조사됐다.

이정호 KEI 연구위원은 “안전성 부문에서 10위권 밖이었던 일본(12위), 덴마크(13위), 호주(18위)는 활발한 적응 노력 덕분에 종합 순위에서 모두 상위권에 포함됐다”며 “한국과 안전성 순위가 비슷한 아일랜드(23위), 뉴질랜드(27위) 등이 적응력 평가에서 각각 11위, 15위를 차지한 것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어떻게 조사했나… 美 북서태평양 국립硏 32개국 지표 활용▼

기후변화 안전성-적응력 지수(VRI)는 평가 대상의 기후변화 취약성 정도와 이에 대한 적응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번 평가에는 미국 연방 에너지국 산하 북서태평양 국립연구소가 개발한 지표 모형을 원용했다. 지표는 기후변화에 대한 물리적인 민감도를 나타내는 안전성과 이에 대한 사회경제적 적응 능력 등 2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안전성 부문은 △인간 정주-기반시설 식량 안보 △보건 △생태계 △수자원 등 5개 항목, 적응 능력 부문은 △경제적 능력 △인력자원 △환경 역량 등 3개 항목을 담고 있으며 조사대상 32개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데이터 확보가 가능한 18개 세부 지표를 사용했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는 지난해 9월 국내 16개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적응 역량을 평가해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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