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만 배불린 ‘3700명 집단소송’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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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정보유출 GS칼텍스 상대訴 2심도 패소

고객정보 유출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해당 고객들이 집단으로 연대해 공동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법원에서 이들이 승소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고객정보 유출 피해를 일부라도 회복하기 위해 제기되는 공동소송이 본래 목적보다는 결과적으로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들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최근 1, 2심에서 잇따라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진 GS칼텍스 회원정보 유출사건이다. 2008년 7월 GS넥스테이션 직원이던 정모 씨가 회사 서버에 접속해 보너스카드 회원 1151만7125명의 성명과 주민번호 등을 사무용 컴퓨터에 내려받은 것에서 비롯된 이 사건은 큰 파문을 낳았다. 피해자들은 공동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소송에 나서 법정 싸움을 벌여왔다.

하지만 서울고법 민사18부(부장판사 조희대)는 김모 씨 등 3700여 명이 GS칼텍스와 자회사 GS넥스테이션을 상대로 “개인별로 100만 원씩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새나간 정보가 성명,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을 식별할 정보일 뿐 사상이나 신념 등 정보주체에 대한 민감한 정보는 아니며 개인정보가 유출된 직후 바로 회수돼 구체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패소 판결 이유를 밝혔다.

2008년 발생한 옥션의 1080만 명분 고객정보 유출사태 때도 비슷한 공동소송이 제기됐지만 법원은 옥션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법사상 유래가 없는 14만6000여 명의 원고가 모여 소송을 냈지만 결과는 패소로 귀결됐다.

GS칼텍스 사건의 피해자들은 항소심에서도 패소 판결이 나오자 즉각 반발했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소송에 다소 지친 듯한 모습이었다. 한 피해자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재판부가 주민등록번호나 이름이 유출됐을 경우 벌어지는 사태의 심각성과 회사의 관리 책임을 인정하는 데 다소 인색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소액 공동소송’은 피해자들이 소송에 들이는 돈과 시간이 소액이어서 사람들이 쉽게 참여하고 있지만 실제로 승소하는 사례가 극히 적어 실익이 아주 적다. 또 막상 소송이 시작돼 법적공방이 벌어지면 원고가 손해 발생 경위와 회사의 과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발생 피해액을 밝혀내야 하는 부담도 떠안게 된다.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들도 고충이 따르기는 마찬가지다. 공동소송 원고에 참여하고서도 공동소송에 들어가는 비용을 내지 않고 떼먹는 원고들도 상당수에 이르기 때문이다. 대한변협 정준길 대변인은 “피해자들이 억울한 마음에 성급하게 소송에 뛰어들고 있지만 현행 법체계 하에서는 구제 요건이 까다로운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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