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삶의 통찰은 이공계 리더 필수과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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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인문사회+과학기술’ 학문융합 강좌 잇따라 개설

포스텍(포항공대) 본관 앞뜰에 있는 과학자 흉상 좌대 5개 가운데 한 곳은 ‘미래의 한국과학자’라고만 쓰여 있고 얼굴은 없다. 흉상의 주인공인 뉴턴, 맥스웰, 에디슨, 아인슈타인처럼 인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과학자가 포스텍에서 배출돼 좌대에 올랐으면 하는 게 교수와 학생들의 꿈이다. 그저 유명한 과학기술자가 아니라 인류의 존경을 받는 지구촌 과학기술계 리더가 목표다.

포스텍이 27일부터 한 달 동안 개최하는 여름 석학강좌는 이 빈 좌대의 주인공을 간절히 바라는 뜻에서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다. 강신표 전 한국문화인류학회장과 강우방 전 국립경주박물관장, 박이문 포스텍 명예교수(철학자),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 이성복 계명대 교수(시인) 등 5명이 학생들과 마주하면서 인문학적 과학기술에 관한 강의와 토론을 시작한다.

이 프로그램은 포스텍이 올해 3월 학부생(1300명)의 필수과목으로 도입한 통합적 인문사회과목(HASS) 강좌의 연장선이다. 기존 교양교육을 넘어 이공계 인재에게 필요한 인문학과 예술, 사회과학을 버무려 비판적 사고와 상상력, 도덕적 판단력, 표현력(글쓰기,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체계적으로 키우기 위한 과정이다.

지난달 인문기술융합연구소(HIT)가 설립된 것도 이런 통섭(융합) 분위기를 북돋우기 위해서다. 인문사회분야와 과학기술분야를 연결하는 융합적 연구가 목표다. 최근 이 연구소가 개최한 포럼의 주제가 ‘인문기술’ ‘로봇기술과 콘텐츠 산업의 행복한 만남’ 등인 것을 봐도 통합적 연구의 중요성을 잘 보여 준다. 초대 소장을 맡은 이진우 인문사회학부장(55·철학)은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부족하면 이공계 지식만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풍성한 인문학적 분위기가 포스텍의 에너지가 되도록 가꿔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텍은 현재 10명인 인문사회학부 전임교원도 2015년까지 2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포스텍 1, 2학년 600명은 2008년부터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봉사와 체육활동, 리더십 교육을 하고 있다. 50명이 생활하는 층마다 담당 교수 1명과 3, 4학년 선배들이 멘터링을 해준다. 공부만 하는 약골이 되지 않도록 개인별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처방하는 체력관리를 하는 것도 특징이다. 모두 융합형 리더십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백성기 총장은 “매사추세츠공대(MIT)나 캘리포니아공대(칼텍) 등 저명한 공대의 공통점은 인문학적 연구가 활발하다는 것”이라며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뿌리 내리기 위해선 인문학과 이공계를 연결하는 노력을 진지하게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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