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죽전 ‘대지산 살리기’ 10년… 풀뿌리 환경운동 모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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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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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 이슈화… 환경파괴 막았다

나무 위 시위, 땅 한 평 구입 등으로 유명한 대지산 살리기 운동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이 운동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땅 일부를 매입하면서 국내 내셔널트러스트의 첫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은 현재 대지산 정상 모습. 작은 사진은 2001년 당시 환경운동가 박용신 씨가 나무 위 시위를 하던 모습이다. 용인환경정의 제공
나무 위 시위, 땅 한 평 구입 등으로 유명한 대지산 살리기 운동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이 운동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땅 일부를 매입하면서 국내 내셔널트러스트의 첫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은 현재 대지산 정상 모습. 작은 사진은 2001년 당시 환경운동가 박용신 씨가 나무 위 시위를 하던 모습이다. 용인환경정의 제공
2001년 4월 2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과 용인시 수지읍 죽전리(현 수지구 죽전동) 경계에 자리한 대지산(해발 380m). 환경정의시민연대 정책부장을 맡고 있던 박용신 씨(44)는 대지산 중턱에 있는 높이 15m의 상수리나무 앞에 섰다. 등산용 밧줄과 소형 텐트를 짊어진 그는 힘겹게 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나무 중간쯤 올라간 박 씨는 텐트를 치고 현수막을 펼쳤다. 현수막에는 ‘대지산은 살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 전국서 지지응원 쏟아져


죽전지역이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면서 대지산이 훼손될 위기에 처하자 박 씨가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박 씨의 ‘나무 위 시위’는 900여 년 된 고목을 베어내려는 목재회사에 맞서 높이 52m의 삼나무 위에서 737일 동안 홀로 시위를 벌인 미국 여성환경운동가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 씨와 자연스럽게 비교됐다. 12일간 진행된 시위 내내 전국에서 지지와 응원이 쏟아졌다. 마침내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는 같은 해 5월 10일 죽전지구 내 28만 m²(약 8만5000평)를 택지개발지구에서 제외하고 공원 및 녹지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힐’이 거대한 개발의 삽날과 싸워 이긴 것이다.

▶본보 2001년 5월 11일자 A31면 참조
A31면 환경지킴이 시민 256명, 대지산 8만평 숲 살렸다


박 씨뿐 아니라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대지산 살리기에 동참했다. 주민들은 대지산 일대에 대한 개발계획이 발표되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지정 청원운동을 펼쳤다. 또 200여 명이 1만 원씩 약 2000만 원을 모아 대지산 중턱 330m²(약 100평)가량의 땅을 구입했다. 대지산 살리기 운동은 내셔널트러스트의 국내 첫 사례로 기록됐다.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내셔널트러스트는 국민의 자발적인 기부로 보존가치가 있는 자연 및 문화유산을 매입하는 운동이다.

현재 환경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인 박 씨는 “나무 위 시위를 하며 새, 청설모 같은 숲 속 생명들과 교감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대지산 살리기 운동을 통해 용인지역 난개발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가 될 수 있었다”며 “이는 곧 선계획 후개발을 법제화하는 계기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 풀뿌리 환경운동 모델


대지산 살리기 운동은 국내 환경운동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전까지 환경운동은 국립공원 보전 등 굵직한 이슈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나 대지산을 계기로 ‘우리 집 앞산 지키기’ 같은 풀뿌리 환경운동이 활성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지산 지키기에 성공한 주민들과 지역 환경운동가들도 이후 다양한 환경운동을 벌이고 있다. 개발 주체인 한국토지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지산 생태공원 조성에 나섰다. 2005년 전체 28만 m² 가운데 8만 m²(약 2만4000평) 규모로 문을 연 생태공원에는 등산로와 야생화단지 곤충서식지 먹이피라미드 등이 설치됐다. 주민들은 직접 나무와 꽃을 심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또 2001년부터 매년 대지산 일대에서 환경축제를 열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하는 풀뿌리 환경축제다.

특히 대지산 살리기 운동 10주년인 올해에는 특별한 행사가 마련됐다. 11일 오후 1시부터 열리는 축제에서는 지난해 태풍 ‘곤파스’가 상륙했을 때 쓰러진 대지산 폐나무로 만든 10주년 기념 상징탑이 세워진다. 또 나무 위 시위 주인공인 박 씨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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