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反부패 선언]삼성 ‘경영진단’ 어떻기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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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크거나 조직 확 뒤집을때 감사 나와”

삼성의 감사는 ‘경영진단’이란 이름으로 이뤄진다. 다른 기업들처럼 제보를 받아 임직원들의 부정을 감사하는 동시에 조직과 프로젝트를 들여다보는 경영컨설팅 성격도 갖췄다.

각 계열사 자체 감사와 그룹 차원의 감사 두 종류가 있다. 그룹 감사는 삼성 미래전략실 소속 경영진단팀(20여 명)이 연간 3, 4곳의 계열사를 표적 감사한다. 삼성 계열사 78곳(4월 현재) 중 전자, 금융 등 주력 20여 곳은 대개 4, 5년에 한 번씩 그룹 감사를 받는다.

삼성그룹의 감사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검 중앙수사부 차원의 체계적 감사 노하우를 갖춰 정부가 감사를 할 때도 지원 요청을 하는 일이 많았다.

이후 감사인력이 줄고 기능도 약해졌지만 계열사들은 여전히 그룹의 감사를 두려워한다. 한 전직 삼성 임원은 “삼성이 그룹 감사팀을 계열사로 보낼 때엔 뭔가 문제가 있을 때, 대표나 임원을 내치려 할 때, 조직을 확 뒤집거나 정비할 때”라고 전했다.

삼성 감사조직은 1970년대 회장 비서실 감사팀, 1990년대 비서실 경영지도팀을 거쳐 2000년대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이 됐다. 이 팀은 지난해 12월 신설된 미래전략실로 옮겨졌다.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 최주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등이 ‘삼성의 암행어사’로 통하는 삼성 경영진단팀장을 지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삼성생명 자체 감사에서 기강 해이가 드러나 삼성의 ‘군기 반장’인 당시 박근희 중국삼성 사장이 삼성생명 사장으로 최근 자리를 옮기게 됐다는 해석도 있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협력사로부터 밥이나 술을 얻어먹지 말라”며 ‘과비’(식사대 등 조직운영 비용)를 각 부서에 책정했었다. 아들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부정을 단호하게 응징해 왔다. 감사 때 비리가 적발된 임직원들은 연말 인사 때 조용히 사라진다. 삼성 임직원들이 상시적으로 받는 보안교육 중엔 ‘부하는 상사를 보고 배운다. 고로 부하의 잘못은 상사의 책임’이란 내용이 들어있다.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은 최근 “삼성 임직원들이 무엇이 비리인지 몰라 비리를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준법 경영을 강조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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