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득 17%이상 대학등록금으로 나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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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대는 10% 수준

중견기업 간부인 정모 씨(49)는 세금을 뗀 순수입이 8000만 원이다. 그는 “고소득 봉급자에 속하지만 회사에서 자녀 등록금을 지원받지 못해 허리가 휜다. 생활비의 거의 반을 교육비로 쓰면 노후에 대비해 저축할 돈이 없다”고 푸념했다.

아들을 명문 사립대에 보낸 기쁨도 잠시. 등록금으로 매학기 450만 원을 낸다. 인문계라 그나마 싼 편이지만 연간 등록금이 가계 수입의 11%가 넘는다.

고3 딸이 희망대로 미대에 진학하면 내년부터 몇 년간은 2000만 원 이상을 해마다 등록금으로 쏟아 부어야 할 처지다. 가계 수입의 25%가 넘는다. 그는 “명예퇴직이라도 당하면 절망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며 한숨을 짓는다.

가계소득에서 대학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국립대가 10%, 사립대가 17.4%. 이런 현상은 10여 년째 계속되고 있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가 국민총소득(GNI)을 기준으로 가구당 가계소득에 따른 대학 등록금 비율을 산출한 결과다. 반 교수는 분석 결과를 9일 민주당이 주최하는 ‘반값등록금 해법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한다.

가계소득 대비 대학 등록금 비율은 사립대의 경우 2003년에도 17.5%나 됐다. 이 비중은 조금씩 늘어 2007년에 22%까지 올랐다가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등록금 동결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조금 줄었다. 국공립대도 2003년 8.5%였던 비율이 10%대까지 늘어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반 교수는 “미국에서도 중류층의 대학 등록금 지출이 2003년을 기준으로 가계소득의 6% 내외”라며 “우리가 등록금이 가장 비싸다는 미국의 2∼3배 수준인 셈”이라고 말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등록금 비율도 사립대는 31.6%, 국공립대는 18.3%로 집계됐다. 한국의 2006∼2007년도 대학등록금을 구매력평가지수(PPP)로 환산하면 사립대는 8519달러(약 920만 원), 국공립대는 4717달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 다음으로 비싸다.

대학 등록금은 최근 10년간 물가상승률보다 1.5배 이상 높게 치솟았다. 2000년 451만 원 수준이던 사립대 등록금은 올해 776만 원으로 누적 인상률이 55.8%. 같은 기간 국공립대도 219만 원에서 440만 원으로 올라 누적 인상률이 70.3%나 된다. 누적 물가상승률은 37.2%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반 교수는 “국내 대학 등록금이 미국 다음으로 비싸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2006년 OECD에서 국가 간 등록금 수준을 발표한 뒤부터”라며 “대학 등록금이 급등한 건 그동안 정부가 등록금 문제를 학내 문제로만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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