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달구벌]한·중 대학총장 40여명 영남대에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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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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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2∼14일 대학총장포럼

영남대 학생들이 교내 글로벌 라운지에서 외국인 교수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남대는 지구촌 170여 개 대학과 연결돼 있다.
영남대 학생들이 교내 글로벌 라운지에서 외국인 교수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남대는 지구촌 170여 개 대학과 연결돼 있다.
다음 달 12∼14일 한국과 중국의 대표적인 대학 총장 40명이 영남대에 모인다. ‘제3회 한중 대학총장포럼’을 위해서다. 두 나라 교육부가 주관할 만큼 권위 있는 회의로 아시아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총장들이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 지린(吉林)대에서 열린 2회 포럼에서 이효수 영남대 총장이 대학의 새로운 역할을 주제로 연설한 것이 큰 관심을 모았다. 자존심 높은 중국 칭화(淸華)대도 영남대와 교류협력에 손을 잡았다.

한중 대학총장포럼 개최는 영남대의 국제적 좌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흔한 국제행사 하나를 유치한 것이 아니라 아시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준비된 대학’이라는 공감에서 가능했다.

영남대는 9년 전인 2002년 ‘글로벌차이나연합전공’을 개설했다. 명실상부한 중국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경제금융과 경영, 국제통상, 중국언어문화 등 관련 분야를 융합한 것이다. 이 연합전공을 졸업한 정지영 씨(26·여)는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인턴을 한 것을 계기로 현재 중국 러시아 몽골 등이 참여하는 두만강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정 씨는 “졸업 후 별도 준비 없이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은 대학 4년 동안 전공 공부를 통해 경쟁력을 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남대는 이후 푸단(復旦), 난징(南京), 난카이(南開), 베이징 사범대 등 중국 56개 중점대학과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2005년 249명이던 중국인 유학생은 현재 950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입학한 우수 학생들이다. 한중 대학총장포럼이 개최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프랑스 등의 주요 대학과 복수학위제를 통한 국제 교류도 활발하다. 삼성전자 디지털솔루션센터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조재원 씨(31)의 경우 2007년 프랑스 국립응용과학원(INSA)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다음해는 영남대서 정보통신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제복수학위 과정 덕분이다.

미국 미시건공대와 아이오와주립대, 워싱턴주립대 등과의 복수학위제도 알차게 운영되고 있다. 2008년 미국 세인트존스대로 유학 간 조현대 씨(28·경영학 전공)는 “학비 걱정 없이 마음껏 공부하면서 석박사 과정을 빨리 마칠 수 있어 최상의 조건”이라며 “국제무대로 활동하는 회계학 전문가 꿈을 반드시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28개국 172개 대학이 영남대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이런 교류를 하고 있다.

전통이 된 ‘윈도 투 더 월드’(세계를 향한 창문) 프로그램은 2002년 시작 이후 지금까지 1300여 명이 참가했다. 지난해 ‘스마트폰으로 본 정보기술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선발돼 2주간 미국 애플사 등을 직접 살펴본 전응재 씨(26·언론정보학과 4년)는 “애플사를 경험한 것 자체가 지금도 설렌다”며 “미래를 넓게 보는 데 소중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주상우 국제처장은 “단순한 교류나 유학생 유치는 별 의미가 없는 시대”라며 “수준 높은 국제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얼마만큼 수준 높고 실질적인 경쟁력을 쌓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총장부터 시야 넓어져야 지역차이 넘어서 진정한 글로벌化”▼
이효수 영남대 총장


이효수 영남대 총장(60·사진)은 서울지역 대학들의 움직임에 밝다. 어느 대학이 어떤 분야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어떤 교육프로그램이 학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많다. 총장들이 주로 무엇을 하는지도 잘 안다. 영남대의 객관적 좌표를 확인하면서 대학의 방향을 잡기 위해서다.

“총장부터 시야가 넓어야 합니다. 대롱으로 하늘을 쳐다보는 식으로 공허하게 글로벌을 외치고 있는 건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봅니다. 서울 지역 대학들이 대체로 교육과 연구, 해외 교류 등에서 적극적인 분위기가 있지만 수도 서울이라는 여건을 빼고 대학만 보면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총장은 자신을 ‘글로컬 이니셔티브 디자이너’라고 소개한다. 2009년 2월 취임하면서 잉태한 ‘글로컬 이니셔티브(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주도권)’는 2년 만에 꽤 성장했다. 대학이 어디에 있든 지구촌과 바로 연결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이라는 신념이 확고하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이 총장의 머릿속에 ‘지방대’라는 말이 사라진 지 오래다.

“따지고 보면 서울도 지방 아닙니까? 한국 전체로 보면 수도와 지방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할 수 있고 서울과 다른 지방은 사회 문화 경제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지금은 교통과 통신의 발달 등으로 그런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여건도 형성됐습니다. 가령 중국에서 보면 한국의 영남대일 뿐 경북 경산 영남대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 총장은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방을 유쾌하게 만든다. 이런 대학에서 공부하면 글로컬 이니셔티브형 인재(그는 이를 ‘Y형(영남대형) 인재’라고 부른다)로 성장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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