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軍의료]軍 의료시스템 난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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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복무 군의관 구할수가 없다

부실한 군 의료체계에 대한 군 안팎의 비판과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군 의료사고가 날 때마다 국방부는 인력 확충과 시설 개선 등 각종 대책을 발표했지만 국민들의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05년 제대 보름 만에 위암으로 숨진 노충국 씨에 대한 군의 합동감사 결과 군의관의 진료기록부 조작 사실이 드러나자 국방부는 군 의료체계의 총체적 개선책을 발표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군 의료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숙련된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근무 중인 군의관 2200여 명 가운데 96% 이상이 병원에서 인턴을 끝냈거나 갓 전문의 자격을 딴 의사들이다. 이 때문에 많은 군의관이 실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임상 경험이 부족하고 총상과 같은 중대한 외상 치료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군 관계자는 12일 “더욱이 대부분 3년간의 복무 기간을 끝내면 제대하는 단기 군의관들이어서 만성적인 군 의료진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2008년 5월부터 장기복무 군의관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2013년까지 민간 의사 180명을 계약직으로 채용하기로 했지만 지지부진하다. 국군수도병원의 민간 의사 30여 명을 제외하곤 다른 군 병원에선 민간 의사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민간 의사들이 군의 처우 수준으로는 거의 지원하지 않아 사실상 계획 달성은 불가능한 형편이다.

또 군의관의 안정적 배출을 위해 2008년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방의학원 설립 법안도 의사협회의 반발과 예산 문제 등으로 최근 무산되면서 군 의료 인력난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국방의학원을 통해 연간 40명의 장기복무 군의관과 60명의 공중보건의를 양성해 점진적으로 군의관 600여 명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군 관계자는 “2009년에 군의관 대상자와 수요 인원을 예측한 결과 앞으로 10년 안에 군의관 정원의 50% 결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말했다.

낙후된 군 의료시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직도 전방지역을 비롯한 일선 군부대에는 건립된 지 30∼40년이 지난 군 병원들이 적지 않다. 육군 일선 부대의 한 지휘관은 “군 병원의 낡은 시설과 장비 때문에 장병들은 군내 진료를 불신할 수밖에 없고, 중증질환은 물론이고 가벼운 질환도 일부러 휴가를 내고 민간병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군 당국에 따르면 민간병원 위탁진료 건수는 2005년 576건에서 2009년 2400여 건으로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군 관계자는 “장병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의료체계야말로 싸우면 이기는 선진강군을 육성하는 데 필수적 요소”라며 “인력과 시설 확충 등 군 의료체계 개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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