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금 빼돌려 ‘워터게이트 빌딩’ 신축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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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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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부산저축銀 수사

서울 강남구 논현동 ‘워터게이트 빌딩’. 저축은행업계 1위였던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상
징처럼 여겨진 곳이지만 2월 19일 중앙부산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뒤로
문을 굳게 닫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서울 강남구 논현동 ‘워터게이트 빌딩’. 저축은행업계 1위였던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상 징처럼 여겨진 곳이지만 2월 19일 중앙부산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뒤로 문을 굳게 닫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돛을 단 범선 모양의 수려한 6층짜리 건물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비리를 파헤치는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바로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상징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워터게이트 빌딩’이다. 서울 거리에 해양도시인 부산의 진취적 기상을 새긴다는 뜻에서 이같이 설계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건물 이름이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하야를 불러온 ‘워터게이트’ 사건에 등장하는 워싱턴 시의 ‘워터게이트 빌딩’과 같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9일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에 투자한 돈의 일부가 이 건물의 건축비로 쓰인 정황을 파악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5227억 원에 이르는 해외 PF사업 투자금이 이런 방식으로 전용(轉用)돼 해외 비자금으로 쌓였거나 부동산을 구매하는 등 다른 용도로 쓰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본보 9일자 A1·6면 檢, 부산저축銀 수백억 해외…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가 캄보디아 신도시 개발을 위해 운영한 L사로부터 2007년 118억 원이 워터게이트 빌딩의 시공사인 P사에 장기대여금 형식으로 흘러들어온 단서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P사에 120여억 원을 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대주주들이 P사에 빌딩 건축비용을 이중으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돈을 빼돌렸거나 해외로부터의 투자를 가장해 세금을 탈루했을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2007년 11월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지어진 이 빌딩은 1∼4층과 6층을 모두 중앙부산저축은행이 사용했고 5층에는 김민영 부산저축은행장의 아들이 운영한 ‘워터게이트 갤러리’가 있었다. 김 행장은 이 갤러리에 326억 원을 불법대출해 은행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1일 구속 기소됐다. 또 이 건물 주위에는 대전저축은행과 전주저축은행 서울지점이 있어 이들 3개 은행장은 수시로 이 건물에 모여 회의를 하거나 부산에 있는 대주주들의 지시를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수사 결과 대주주들이 이 건물을 고객 예금을 빼돌린 돈으로 지은 사실이 밝혀지면 고객 피해보상에 쓸 수 있지만 재산 환수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신한은행의 특수목적법인(SPC)인 I사가 이 건물에 대해 가압류 신청을 냈으며 올해 1월 서울중앙지법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 I사가 가압류를 신청한 금액은 127억 원이지만 부산저축은행그룹이 I사에 진 채무는 모두 700억 원에 이른다. 앞으로 민사소송에서 I사가 승소하면 건물을 처분한 돈은 모두 I사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건물의 시가는 300억∼400억 원대로 추정된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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