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과학벨트]지진없는 안전한 땅에 ‘과학입국’ 100년의 꿈을 짓자

  • 동아일보

중이온가속기 구축된 과학벨트 안정성 중요
광주전남지역 역사적으로 지진발생 거의 없어

25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선정 1차 후보지로 발표된 53곳 중 하나인 광주 광산구 평동 군 훈련장 이전 예정지.
25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선정 1차 후보지로 발표된 53곳 중 하나인 광주 광산구 평동 군 훈련장 이전 예정지.
《2월 투자유치단을 이끌고 일본을 방문한 강운태 광주시장은 예정에 없던 이화학연구소(RIKEN) 산하 고베(神戶)연구소를 방문했다. 강 시장이 고베연구소를 찾은 것은 최대 현안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때문이다. 광주와 대전, 대구 삼각벨트를 내세운 강 시장에게 일본 이화학연구소 입지가 좋은 모델이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운영하는 이화학연구소는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9명이나 배출해 독일의 막스프랑크연구협회(MPG)와 함께 대표적인 선진 기초과학연구기관으로 꼽힌다. 이화학연구소는 지역별로 5개 연구소로 분산 배치돼 있다. 과학 연구의 핵심 연구시설인 중이온가속기는 본사가 위치한 와코(和幸)연구소에 있다. 식물 및 게놈은 요코하마(橫濱), 방사광은 하리마(播磨)연구소, 바이오는 츠쿠바(筑波), 재생 분야는 고베연구소로 각각 특화돼 있다. 연구소 가운데 와코연구소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수도 도쿄(東京)에서 수 백 km 떨어진 지방에 분산돼 있다. 고베연구소 홍보국제화실 관계자는 “일본의 과학기관 입지 결정은 철저하게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지방 분산화를 꾀하고 있다”며 “중이온가속기 등 대형 실험설비는 지진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과거 지진발생 현황과 지질상태 등을 고려해 부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 광주전남은 지진 무풍지대

사업비 3조5000억 원이 투입되는 과학벨트는 중이온가속기와 국제적인 석박사급 두뇌 1500명을 유치하는 기초과학연구원을 구비한 과학도시다. 과학벨트의 핵심 시설은 중이온가속기. 중이온가속기는 중이온을 빠르게 가속시킨 뒤 다른 원자핵에 충돌시켜 새로운 원소를 얻는 정밀 장치로, 충돌시키는 과정에서 오차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 지반의 안정성이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과학벨트 입지 선정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선정돼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78년 기상관측 이후 국내 지진 발생현황을 보면 규모 4.0이상 지진은 동해안 지역 및 충청권에 집중돼 있다. 충청권은 1978년 홍성에 5.0, 속리산 부근에서 5.2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경북은 1981년 포항 4.8, 1982년과 2004년 울진에서 각각 4.7, 5.2 규모의 지진이 있었다. 올해 들어서도 3월 24일 충북 옥천에서 2.8, 1월 4일 충남 공주에서 2.0, 4월 3일 대구 달성 2.7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호남권은 단 한건도 발생한 적이 없어 지반의 안정성 및 재난 안전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광주전남지역은 역사 및 계기지진 기록으로 볼 때 타 지역에 비해 지진 발생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역사지진(AD2∼1904)은 삼국시대부터 구한말까지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역사책에 기록된 지진을 말한다. 이 기간 동안 진도 8이상 지진은 경상권은 14건, 충청권 1건, 전라권 0건, 수도권 4건, 강원권 2건, 북한 6건 등이었다. 진도 8이상 역사지진은 규모 4.5∼5정도로 벽체가 갈라지고 굴뚝, 돌탑, 비석 등이 전도되거나 파손 될 수 있다. 1905년부터 1977년까지 우리나라 지진계에 관측된 계기지진의 경우 광주전남지역은 규모 4.5 이상 지진이 전무했다.

○ 지반 안전성 우위

역사상 진도 8이상 지진발생 현황
역사상 진도 8이상 지진발생 현황
지반 안정성은 지진이 나면 안 되는 지역을 의미한다. 호남권은 타 지역에 비해 균질한 화강암류가 대부분이다. 이를 기반으로 지반이 매우 안정돼 있다. 호남은 한반도 지체구조로 볼 때 옥천계 남동대와 영남육괴의 서부지역에 해당한다. 암층들은 동부지역(지리산·덕유산)은 화강암질편마암류가, 북부와 중앙부(전주·광주·나주)는 화강암류가, 남동부지역은 백악기암층으로 이뤄졌다. 반면에 경상도는 전반적으로 백악기암층과 동해안을 따라 단단하지 않은 신생대암층이 분포돼 암질의 고결도(단단한 정도)와 결정도가 낮다. 충청도의 경우 가장 넓게 분포하는 옥천계 변성암은 변성도(온도와 압력에 증가에 따라 변하는 정도)가 낮아 대체적으로 지반이 약한 편이다.

땅의 지질 구조 가운데 단층은 지진이나 화산이 일어날 때 가장 먼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세계 어디나 지반에 대규모 시설물을 설치할 때 반드시 지반안정성 조사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호남권은 단층운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지질구조선이 발견되지 않은 반면 경상도는 크고 작은 지질구조선이 가장 많다. 충청도는 도처에 소규모 단층대가 발달돼 잠재적인 단층운동이 예상된다.

과학벨트 후보지인 광주 첨단과학산업단지와 평동산업단지 인근은 지질 및 지반안정성 조사 결과 시설물 설치에 적당한 안정된 지반으로 조사됐다. 첨단과학산업단지 인근은 흑운모화강암, 반상흑운모화강암과 충적층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화강암에서 풍화되어 만들어진 풍화암이나 풍화토는 사질토사가 만들어져 배수가 양호하고 토사 입자 간에 마찰력이 높아 지반이 단단하다. 평동산업단지 인근도 대부분 흑운모화강암이 분포돼 지반침하와 산사태를 유발할 가능성이 낮아 지반 안정성은 매우 높다.

○ 백년대계 차원에서 결정해야

광주상공회의소 주관으로 21일 오후 광주시 북구 광주국제과학교류협력센터에서 열린 ‘과학벨트 호남권 유치를 위한 대토론회’에서는 과학벨트 입지로 호남이 최적지라는 근거가 제시됐다. 노도영 광주과학기술원 극한광응용기술 국가핵심연구센터장은 “과학벨트에 구축되는 중이온 가속기는 매우 정밀한 첨단의 전자, 기계 장치들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지반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반이 1mm만 틀어져도 성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국내에서 가장 안정한 지질조건을 가진 장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호남과 경쟁하고 있는 충청과 영남은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발생, 안전성이 우려된다”며 “핵심 시설은 통계적, 과학적으로 반드시 지반이 견고하고 지진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 건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민 전남대 자연대학장(지구환경과학부)은 “재해 및 안전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과거 역사지진의 발생 횟수, 규모 4.5이상의 계기지진 수, 발견된 활성단층의 수 및 총 연장, 기반암의 종류와 파괴 강도 등이 중요하다”며 “이는 내진 설계 및 공사비 증감, 가속기 안전성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허 학장은 “1000년 빈도의 지진위험수치를 등고선으로 나타낸 지도를 보더라도 광주전남지역은 등고선 바깥쪽에 위치해 타 지역에 비해 지진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광주전남지역은 기후적 측면에서도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의 남서쪽에 위치해 연평균기온이 13.6도다. 일교차는 9도, 연강수량 1385mm, 평균풍속 2.9m/s, 일조시간 2156시간으로 일교차가 작고 바람이 약한 온화한 기후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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