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를 읽고/임충휴]‘대장경 축전’ 홍보 잘못된 부분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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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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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충휴 옻칠장(漆匠) 기능보유자
임충휴 옻칠장(漆匠) 기능보유자
필자는 40여 년간 옻칠을 해온 장인의 한 사람으로 동아일보 3월 28일자 ‘대장경 축전’ 기사를 보면서 이번 행사를 좀 더 뜻깊게 하려면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 있다고 생각한다.

팔만대장경판은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대한민국 최고의 자연친화적 보물이다. 경판 제작과 새김에 대한 기능적, 예능적 비법은 천공(天工)의 솜씨로 공인받았으며 1000년 동안 자연과학 방법의 보존 방식으로 찬양받고 있다.

그런데 행사 주최 측의 팔만대장경 제작에 대한 홍보 내용을 보면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자칫 가치마저 떨어뜨릴 수 있는 부분도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본다. 축전조직위원회가 제공한 ‘대장경 제작 과정’을 보면 ‘오랜 시간 바닷물에 잠겨 있던 목재를 건져서 알맞게 잘라 소금물에 삶았다…완성된 경판에는 옻을 하였는데 이 작업 역시 장기간 보관에 결정적 도움을 주었다…글자 하나가 잘못된 경우에는 그 글자를 경판에서 도려내고 그 자리에 다른 나무에 올바른 글자를 새겨 아교로 붙여 넣었다’라고 돼 있다.

그런데 필자는 물론이고 주변 옻장인들의 경험에 따르면 목재에 염분기(소금기)가 있을 경우 옻도장을 하면 건조되지 않는다. 습도 60∼80%, 온도 17∼23도에서 건조되는 옻만의 특성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오랫동안 바닷물과 소금물에 담가 놓았던 목재에 옻을 하여 마무리할 수 있었을까? 1995년 일본 규슈(九州)공업대 데라다 아키라(寺田晁) 교수는 합천 해인사를 찾아 팔만대장경을 관찰한 후 “목재에 옻도장을 하기 전에 다른 유액을 바른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황칠(黃漆)을 도장한 뒤 옻을 한 것이 아닌가 연구해 볼 가치가 크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잘못된 글자를 도려내고 다시 조각하여 아교를 이용해 접착했다는데 우리나라에서 아교를 사용한 역사는 100∼150년 정도다. 특히 아교로 접착한 글자는 습기에 취약해 부착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기 쉽다. 혹시 어교(부레풀)나 밥풀에 옻, 나무 가루 등을 혼합한 우리 고유의 접착제 등을 사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행사는 주전시관 중에 ‘대장경 보존과학실’이 마련돼 있고 ‘역사가 과학과 풍류를 만난다’라는 그럴듯한 슬로건까지 내걸고 있는데 왜 이 문제에 대해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번 축제에서 전시와 공연, 관광, 먹을거리보다 중요한 것은 ‘초도 대장경판’이므로 이에 사용된 목재가 무엇이고, 도장한 옻의 주산지는 어디이며, 누가 책임자였고, 몇 명의 장인이 참여했는가에 대한 기록을 찾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임충휴 옻칠장(漆匠) 기능보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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