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계 결핵의 날… 한국 ‘10만 명당 78명’ OECD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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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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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결핵 발병률 50대 추월… 집단생활-다이어트로 면역력↓

결핵 예방의 날을 하루 앞둔 23일 대한결핵협회 주최로 ‘결핵 없는 세상, 희망 더하기’ 행사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결핵 현황을 표시한 대형 지구 모형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결핵 예방의 날을 하루 앞둔 23일 대한결핵협회 주최로 ‘결핵 없는 세상, 희망 더하기’ 행사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결핵 현황을 표시한 대형 지구 모형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회사원 A 씨(32)는 10개월 전 가슴 통증이 심해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결핵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여섯 달 동안 매일 약을 먹고 매달 진료를 받으라고 했다. 처음 두 달 정도 복용하자 기침과 가래가 어느 정도 사라졌다.

A 씨는 14알이나 되는 약을 먹기가 힘들어 거르기 시작했다. 3개월이 지나 다시 검사를 했더니 전에 먹던 약으로 치료하기 힘든 ‘다제내성 결핵’에 걸렸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런 환자가 많아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결핵 퇴치율이 꼴찌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결핵에 걸린 한국인은 인구 10만 명당 78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았다. 일본(19명)의 4.1배, 미국(4명)의 19.5배에 이르며 중국(74명)보다도 많다.

○ 결핵 퇴치율 꼴찌

결핵은 1953년 당시 한국의 사망 원인 1위였다. 1995년까지 BCG 예방접종과 환자 치료를 시작하면서 결핵 유병률(특정 시점 전체 인구 대비 질병에 걸린 환자 비율)은 5%에서 1%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새로 생기는 결핵환자가 2000년대부터 인구 10만 명당 70명대에서 내려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젊은층의 결핵환자가 줄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2009년 기준으로 보면 20대에서 10만 명당 81.6명, 30대에서 63.4명의 결핵환자가 새로 나타났다. 20대 결핵환자 발생률은 60대(117.4명)보다 낮지만 50대(77.3명)보다는 높다.

고원중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노인 결핵환자가 많은 건 과거 결핵균에 감염됐던 사람의 발병 때문인데 이는 선진국도 마찬가지”라며 “후진국일수록 발병 환자 치료에 급급한 나머지 감염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모든 연령대에서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결핵환자는 진단을 받기 전에 이미 평균 10∼15명을 감염시킨다. 일단 진단을 받으면 미국 유럽에서는 전담 간호사가 매일 가정을 방문해 약을 먹는지를 직접 확인하며 감염을 막는다. 결핵환자와 가까운 사이여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이들도 철저하게 관리한다.

하지만 한국은 감염 환자에 대한 검진 강도가 약하다. 이 중 20, 30대는 학교, 군대 등 집단생활이 잦고 수험 생활이나 다이어트로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20대 여성의 발생 환자 수는 남성보다 많다.

문영목 대한결핵협회장은 “여성이 남성보다 결핵 발병 비율이 높은 경우는 국제적으로도 한국의 20대가 유일한데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결핍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 조기 퇴치 예산 투입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2020년까지 환자를 현재의 4분의 1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국가 결핵 조기 퇴치 사업’을 시작한다고 23일 밝혔다.

정부는 1월 개정된 결핵예방법을 시행하면서 퇴치 예산을 지난해 147억 원에서 올해 447억 원으로 3배 늘렸다. 우선 보건소에 등록된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검사를 6월부터는 전국 민간병원에 등록된 환자 가족으로 확대한다.

환자 및 감염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찾아내기 위한 조치. 이에 따라 검진 대상이 1만 명에서 4만 명으로 늘어난다. 검진 비용(15만 원)은 국가가 모두 부담한다.

4월부터는 환자가 내는 치료비의 절반을 국가가 지원해 현재 10%인 진료비 본인 부담률이 5%로 낮아진다.

5월 이후에는 치료를 거부하는 결핵환자와 다제내성 결핵 등 난치 환자에 대한 입원명령제가 강화된다. 입원명령을 받은 환자에게는 법정 본인부담금 전액과 비급여 본인부담금 일부를 지원한다. 저소득층이 입원해 일을 하지 못하면 생계비도 준다.

지난해부터 45개 병원에 파견한 전담 간호사는 올해 96개 병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전담 간호사는 결핵환자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면서 약을 제대로 먹는지를 점검한다.

한편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24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제1회 결핵 예방의 날’ 행사를 열고 올해를 국가 결핵 조기 퇴치 사업 원년으로 선포할 예정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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