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기 돌보려 1년 쉴까… 복직뒤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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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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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총 819명 분석해보니
아빠의 육아휴직… 삼성 37명, LG 18명, 중앙부처는 0명

만 2세 아이를 둔 중앙부처 남성 공무원 A 씨. 그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포기했다. 1년 육아휴직을 먼저 사용한 공무원 아내가 복귀 후 알게 모르게 받는 승진 및 업무상의 불이익을 누구보다 더 잘 알게 됐기 때문이다. A 씨는 “여성들도 이런데 남성은 오죽하랴 싶어 마음을 접었다”며 “아이는 결국 ‘조선족 아줌마’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장인은 총 4만1736명. 이 가운데 남성은 2%가 채 안 되는 819명이다. 육아휴직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남녀를 불문하고 보장돼 있는 직장인의 권리이지만 특히 남성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대기업, 공무원, 공기업 직원을 가리지 않고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동아일보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실과 함께 2010년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 819명을 분석한 결과 재계 순위 30위 이내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은 104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육아휴직자가 10명 이상인 대기업은 삼성, LG, 롯데 등 3곳에 그쳤다.

‘아빠의 육아휴직’이 가장 많은 곳은 역시 기업 규모가 가장 큰 삼성이다. 삼성은 총 37명의 남성 사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12명이고 삼성테스코 10명, 삼성SDS 8명 등이었다. 재계 4위인 LG는 총 18명, 5위인 롯데는 총 11명의 남성이 육아휴직을 했다.

재계 순위 10위 이내 대기업 가운데 포스코와 GS는 남성 육아휴직자가 전혀 없었으며, 2위인 현대자동차는 2명, 3위인 SK도 5명에 불과했다. 재계 11∼30위 대기업은 KT(6명)와 CJ(2명), 현대(3명), GM대우(2명)를 빼면 나머지 모두 남성 육아휴직자가 1명뿐이거나 없는 상황이었다. 대기업들도 사실상 ‘아빠의 육아휴직’을 허락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 유통, 전자·IT 등 소프트 기업에 많아

그나마 소비재를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기업, 전자·통신·정보기술(IT) 기업은 남성 육아휴직자가 많은 편이었다. 전자·IT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12명의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해 단일기업으로는 가장 많았으며 이어 삼성SDS 8명, LG CNS 6명, KT 6명, SK브로드밴드 3명, LG전자 3명 등이었다. KT는 통신기업이면서 동시에 과거 공기업이었던 분위기가 남아 있어 남성 직원들의 육아휴직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기업에서도 남성 육아휴직자가 많았다. 롯데그룹은 롯데백화점이 주력인 롯데쇼핑 5명, 롯데마트 4명이었으며,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 역시 10명으로 많았다. 특히 삼성테스코는 유통기업이면서도 동시에 외국계 기업이라는 점에서 ‘아빠의 육아휴직’이 많이 허락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남성 교사 4명, 정부부처 공무원 ‘제로’

같은 교사라 해도 여성의 육아휴직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반면 남성들의 육아휴직은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국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교사는 4명에 그쳤다. 모두 초등학교 교사였다.

남성 육아휴직이 많을 것처럼 보이는 공기업도 예상외로 적었다. 코레일 14명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5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공기업이 1명 안팎이어서 공기업에서조차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형성돼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특히 직장인들의 육아휴직과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을 비롯한 중앙부처 남성 공무원 가운데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상황은 지방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의 경우 몇몇 산하 조직에 1, 2명씩 남성육아휴직자가 있으며 본청에도 극소수에 불과한 상태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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