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늘 숫자 생각에 빠져있죠” 자기주도학습, 세계수준 학력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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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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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국제 수학경시대회 수상자 충북과학고 1학년 유상우 군

‘제 33회 호주 국제 수학경시대회’에서 한국인으로선 유일하게 참가자 중 상위 0.1% 안에 든 충북과학고 1학년 유상우 군.
‘제 33회 호주 국제 수학경시대회’에서 한국인으로선 유일하게 참가자 중 상위 0.1% 안에 든 충북과학고 1학년 유상우 군.
충북과학고 1학년 유상우 군(16)이 호주수학협회(Australian Mathematics Trust)가 주관하는 ‘제 33회 호주 국제 수학경시대회(AMC·Australia Mathematics Competition)’에서 한국학생으로는 유일하게 수상했다. 전 세계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매년 8월 열리는 이 대회에서 유 군은 학년별로 상위 0.1%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아 14일 호주대사관에서 메달을 받은 것. 이번 대회에는 세계 42개국 50만 명이 참가했다.

특히 유 군은 1학년임에도 고등학교 3학년 수준의 문제를 척척 풀어내 주목을 받았다. 초등 6학년부터 줄곧 영재교육원을 다녔지만 별다른 사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는 유 군. 그가 자기주도학습만으로 뛰어난 수학 실력을 갖추게 된 비결은 뭘까? 비결은 바로 ‘수학과 붙어살기’다.

■ 어린 시절, 머릿속엔 온통 숫자 생각만….

유 군은 어릴 적부터 숫자에 관심이 많았다. 유아 시절엔 과자봉지를 뜯으면 과자가 몇 조각인지를 일일이 세곤 했다. 계단을 올라갈 때도 수를 셈하며 올랐다. 자신의 행동과 주변 형상을 항상 숫자와 연관시켰다.

초등학교 시절엔 자주 공상에 잠겼다. 대부분 수학 생각이었다. 집에 있는 디지털시계의 액정 위로 깜빡이는 ‘4:31’이라는 숫자들을 보고는 이 숫자들을 활용해 여러 가지 수학 계산을 시도했다. ‘4’, ‘3’, ‘1’을 모두 곱하거나 최대공약수를 구해보는 식으로. 아날로그시계도 ‘수학적’으로 접근했다. 시침이 한 시간 동안 움직이는 각도를 고려해 매 시간마다 시침과 분침이 정확히 일치할 순간의 시각을 계산했다.

이처럼 틈날 때마다 수학에 관한 생각에 몰두하는 유 군의 습관은 남다른 결실로 이어지기도 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하는 유 군의 독특한 이론이 미국수학회가 발행하는 한 학술지 2009년 10월호에 실린 것이다.

“부모님의 일로 1년간 미국에 가서 공부할 때였어요. 문제집을 풀다가 떠오른 새로운 발상으로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해보았어요.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제가 한 것과 비슷한 증명법은 나오질 않는 거예요. ‘혹시 이것이 새로운 방법인가’ 싶어 당시 수학선생님에게 보여드렸더니 ‘보기 드문 증명법’이라며 학술지에 소개해 주셨어요. 획기적인 증명법은 아니었지만 중2로선 큰 기쁨이었죠.”

■ 등하굣길에서도 문제풀이를 떠올리다!

14일 호주대사관에서 열린 메달 수여식에서 유상우 군(오른쪽)이 샘 게러비츠 주한 호주대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호주대사관 제공
14일 호주대사관에서 열린 메달 수여식에서 유상우 군(오른쪽)이 샘 게러비츠 주한 호주대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호주대사관 제공
유 군이 고급과정의 수학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다. 우연한 기회로 ‘2006 아시아태평양 초등 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 선발전’에 나가 은상을 수상한 유 군. 이를 통해 자신에게 수학적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한국대표로 출전한 국제대회에선 수상에 실패했다. 유 군은 그때 수학을 정말 잘하려면 재능뿐 아니라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곧바로 서점에 가서 올림피아드 수준의 문제집을 구입했다. 어떤 문제집은 한 주 만에 풀었지만 어떤 문제집은 풀이에 반년이 걸렸다. 혼자 공부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일단 문제에 달려들었다. 풀리지 않을 땐 해설집에 나온 풀이법에 따라 풀어본 뒤 나중에 다시 한 번 풀었다. 틀리면 다시 풀었다. 또 틀리면 해설을 손으로 일일이 쓰면서 계속 읽었다. 그러다 보니 풀이법이 저절로 외워졌다. 등하굣길에는 풀이법을 되풀이해 떠올렸다.

“문제가 안 풀릴 땐 문제 해결에 필요한 수학적 개념을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풀이과정을 계속 외우고 머릿속에서 떠올리다 보면 어느 순간 개념과 적용법이 퍼뜩 이해가 돼요. 그 다음엔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잘 풀리기 시작해요.”

유 군은 자만하지 않고 실력을 점검하기 위해 꾸준히 경시대회에 참여했다. 중2 땐 ‘제22회 한국수학올림피아드’에서 중등부 은상, 중3 땐 같은 대회 고등부 장려상을 수상한 데 이어 지난해엔 같은 대회에서 고등부 동상을, ‘포항공대수학경시대회’에서는 대상을 수상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 나올 때마다 수학공부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 수학 동아리에서 토론하며 창의성 키우다!

유 군은 충북과학고 수학동아리 ‘혜옴’의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1학년 때부터 동아리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친구들과 수학문제를 두고 토론해왔다. KAIST 등 주요 대학 수시 면접 기출문제를 두고 대여섯 명이 함께 풀이과정을 토론하는 것. 한 명씩 자신의 풀이법을 칠판에 적고 설명하면 다른 의견을 가진 학생이 반박하는 식이었다. 가끔씩 여는 세미나에서는 수학 전문가와 함께 심화된 문제를 연습할 기회도 가졌다.

이런 활동은 수학경시대회 문제를 풀 때도 큰 도움이 됐다. 유 군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독창적인 발상과 풀이방법을 토론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면서 “친구들의 풀이법을 경청하면서 나의 풀이 전략을 다양화시키다 보니 창의적인 사고력을 평가하는 수학경시대회에서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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