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 고민하는 교원 는다는데… 왜?

  • Array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교총-본보 631명 설문
“교육환경 급변… 교단서 좌절감” 71%… “간접체벌, 교육 위해 허용해야” 48%

“새 학기가 되면 나이 많은 담임을 바꿔달라는 학부모를 설득하느라 곤욕을 치러요. 체벌금지나 학생인권조례 사실이 알려진 뒤에는 나이 많은 교사가 조금만 지도하려고 하면 학생들은 ‘체벌 아니냐. 학생을 무시하는 거냐’며 반발이 더 심해졌어요. 이러니 50세 이상 교사는 학생 앞에 서기를 두려워하고 자신감이 없어져요. 자연스럽게 명퇴를 생각하게 되죠.”

경기 성남 A초등학교 교장(56)은 “진보교육감 취임 이후 체벌금지, 학생인권조례 제정 문제로 교단에서 좌절감을 느끼며 명퇴를 고민하는 교원이 늘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한국교총과 함께 명퇴 신청자가 늘어난 서울과 경기 교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큰 이유는 ‘교육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어려움’(71%)이었다.

응답자의 96.9%(612명)는 체벌금지로 학생교육 및 생활지도 등 교직생활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체벌금지 후 나타난 가장 심각한 변화로는 ‘학생지도 포기 및 무력감 증가’(42.5%)를 꼽았다. ‘교사의 지도에 따르지 않는 학생이 많아졌다’(31.9%)는 이유가 그 다음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교사는 “예전에는 어떻게든 지도하려 했지만 이젠 괜히 (학생에게) 당할까 봐 그냥 둔다. 교사의 지도 자체를 간섭과 규제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는 “(체벌금지 이후) 지도에 따르지 않은 아이들은 내버려둬야지 별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가정에서도 지도 안 되는 아이를 학교에서조차 포기하면 어쩌겠냐는 생각도 들지만 할 수 없다”고 했다.

응답자의 절반 정도(48.7%·307명)는 직접체벌은 금지하되 교육적 목적의 간접체벌은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19.2%(121명)는 직접체벌도 허용하지만 폭력 수준은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체벌을 금지하는 것이 맞다고 보지만 손들기, 운동장 돌기도 안 된다니 지도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교육과학기술부의 간접체벌 허용 방침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체벌 전면금지와 학생인권조례 추진 방침을 다시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응답자의 93.2%(588명)는 체벌 전면금지, 학생인권조례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학생 교육 및 생활지도가 더 어려워진다고 내다봤다.

68.1%(430명)는 진보교육감이 취임한 뒤 학교현장이 크게 변했다고 느꼈다. 이 중 74.6%는 이런 변화를 부정적이라고 표현했다. 한 교사는 “교육현장을 혁신하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정치적 성향이 느껴지는 대안 없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 갈등이 심해져 적응하기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