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풍시조(諷詩調)로 세상을 콕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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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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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환 시인이 개척 풍자투 3행시
해학과 함축성… 동호인 모임 활발

14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2동 ‘조선문학’ 사무실에서 박진환 시인(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풍시조’를 낭독하고 있다. 박 시인이 개척한 시의 한 장르인 풍시조에 담긴 시대 비판과 해학에 수강생들이 맞장구를 치며 즐거워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4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2동 ‘조선문학’ 사무실에서 박진환 시인(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풍시조’를 낭독하고 있다. 박 시인이 개척한 시의 한 장르인 풍시조에 담긴 시대 비판과 해학에 수강생들이 맞장구를 치며 즐거워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아들아, 행여 주는 돈 받기는 해도, 결코 주지는 말거라/허긴 네 분수에 돈 받을 일인들 있기나 허겄냐만/알아 두거라 돈 주는 건 有罪(유죄), 받는 건 無罪(무죄)라는 이 땅의 법을.”

박진환 시인(75·전 한서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이 14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2동 ‘조선문학’ 사무실에서 ‘풍시조(諷詩調)’ 한 수를 낭독했다. 제목은 ‘물신시대 571’. 박 시인은 “뇌물을 줬다는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브로커는 구속 기소된 반면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전 경찰청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된 것을 풍자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법원의 영장 기각 여부가 피의자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어리둥절함이 시에 그대로 녹아 있다.

풍시조는 박 시인이 개척한 시의 한 장르다. 풍자투로 쓴 3행시라는 것 외에 자수율 등의 규칙은 없다. 박 시인은 “풍시조는 시대적 비리나 악행, 부조리에 문화적 징벌인 통징(痛懲·엄하게 벌함)을 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낭독한 시의 소재도 조간신문에서 찾은 것. 그래서 풍시조는 일견 신문의 만평과도 닮아 있다. 박 시인은 “3행이라는 제한을 받기 때문에 기발한 착상과 함축성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조선문학사 강의실에는 10여 명의 시인과 시 창작 지망생들이 모여 박 시인의 낭송과 강의를 들었다. 1993년 8월부터 시작된 월간 ‘조선문학’이 이번 달 통권 237호를 내고 시선집 ‘풍시조’가 최근 7집까지 발간되는 등 풍시조 창작 운동에 시인들의 참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박 시인은 “풍시조는 관념과 정서의 유희가 아닌 시인의 양심의 육성”이라고 설명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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