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언어영역/지문내용 vs 비약추리… 확실한 사실 토대로 함정 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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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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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영역이나 국어교과 시험에는 사실적 사고를 바탕으로 풀어내야 하는 문제가 많다.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추론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어떤 지문이 나와도 마찬가지다. 언어영역 문제를 푸는 과정은 바로 근거를 찾는 과정과 같다. 이를 잊었다가는 문제를 풀다가 쉽게 함정에 빠질 수 있다. 》
수험생은 지문을 통해 알 수 있는 내용과 비약된 추리를 한 내용을 혼동하거나 지문에 드러나 있는 내용과 배경지식으로 섣불리 상상한 내용을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문학 지문은 등장인물의 의도를 오해해 잘못 추리할 수 있다. 비문학은 문면(文面)을 잘못 해석하는 데서 착오가 생긴다.

대부분 지문의 내용과 관련해 추리, 상상해 보는 문제나 지문 내용을 바탕으로 한 다른 상황(인물 간의 대화나 충고 등)을 ‘보기’로 제시한 후 답을 골라야 하는 문제에서 함정에 빠진다. 지문을 통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내용과 비약된 추리를 한 내용을 혼동하게 되는 것. 이런 경우 답지의 내용이 지문에 직접 드러나 있는지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 직접 드러나지 않았을 경우엔 지문에 제시된 정보를 가지고 상식적, 논리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사실적 사고를 염두에 두고 문제를 풀어야 함정을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정답 오류 시비가 일었던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의 사회(社會) 관련 지문이다. 지문의 소재는 채권(債券)의 가격이었다. 참 말이 많았다. 지문은 ‘현재 가치’ ‘만기(滿期)’ ‘지급 불능 위험’ 등 채권 가격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에 대해 설명했다.

지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채권 투자자는 순수익의 크기를 따져 채권을 매입하곤 한다. 채권 보유로 미래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는 금리를 반영한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의 현재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채권 가격도 떨어지게 된다. 채권 가격은 만기와 지급 불능 위험에도 영향을 받는다. 만기까지 남은 기간이 길수록 채권 가격의 변동 위험이 크다. 이렇듯 위험 요인이 크면 투자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채권 가격이 낮게 형성된다. 주식 투자를 통해 수익이 상승하면 채권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주식 시장 등의 다른 시장 상황도 채권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와 관련해서 언어적 추론이 꼭 필요한 문제가 출제됐다. 지문을 보자.



여기서 출제된 문제는 다음과 같았다. 이 46번 문제는 채권 전문가들로부터 오류가 제기됐다.

채권 가격은 금리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의 현재 가치가 떨어져 채권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46번 문제 ‘보기’의 그래프는 이러한 금리와 채권가격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에서는 만기일이 다가올수록 채권 가격은 금리 변화에 덜 민감해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는 채권 가격의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 이 내용을 그래프에 적용하면 기울기가 작아지게 된다. 기울기가 작아진 것은 ⓑ이다. ㉡에서는 주식 투자를 통한 수익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어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고 적혀있다. ⓑ의 경우 채권 가격이 A보다 상승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 채권 가격이 하락한 것을 나타내는 것은 ⓒ다. 따라서 정답은 ③번이다.

이 문제에 대해 일부 경제 전문가는 다음과 같은 요지로 오류를 제기했다.

“문항 ‘보기’의 금리를 기준금리로 해석하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제시한 답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금리를 만기수익률(할인율)로 해석하면 정답은 없다. 언어영역은 배경지식이 아니라 주어진 지문을 독해, 추론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어서 충분히 정답을 고를 수 있다고 하지만 언어영역에서도 사실에 관한 오류가 있어선 안 된다. 고등학생 대상 경제·증권경시대회 등을 통해 채권가격 결정에 대한 지식이 있는 수험생들이 있다는 점에서 (46번 문항은) 관련 지식이 더 많은 수험생에게 오히려 불리하다.”

이들의 주장을 다시 말하면 배경지식이 있는 학생들이 손해를 볼 여지가 있고 ‘보기’ 그래프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므로 오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실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로 이 글을 읽으면 정답을 찾기 어려웠을까? 배경지식이 많은 아이들이 과연 정답을 찾는 데 힘들었을까? 사실 이 문제는 학생들이 수능 관련 홈페이지에 가채점 결과를 올린 내용으로 파악한 결과 정답률이 60∼70%에 이르는 비교적 쉬운 문제였다.

이의신청에 따른 심사 결과를 발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자료는 예상대로 ‘정답 이상 없음’이었다. 당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은 학교 교육의 성취 결과를 바탕으로 대학 교육을 받는 데 필요한 보편적인 언어 능력을 측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문항의 출제 의도는 지문에서 설명한 내용을 주어진 그래프에 적용해 판단하게 함으로써 읽기 과정에서의 추론적 사고 능력을 평가하는 것. 따라서 이 문항은 지문에 대한 충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문항에 대한 주된 이의 제기는 이렇다. ‘보기’의 금리가 해당 채권의 만기 수익률을 의미한다고 보면 ㉡에 따른 그래프의 변화는 A선상의 점이 이동하는 형식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 문항의 지문에서는 ‘금리’를 ‘시중 금리’의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채권 가격과 금리의 관계를 다루고 있는 둘째 단락 마지막 문장에서 ‘이처럼 수시로 변동되는 시중 금리는…’이라고 언급하면서 ‘금리’를 ‘시중 금리’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지문에서는 채권 가격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현재 가치’ ‘만기’ ‘지급 불능 위험’ ‘다른 자산 시장의 상황’ 등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이 네 가지 요인이 채권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지문의 둘째 단락∼다섯째 단락에 각각 제시됐다. 이러한 지문의 흐름을 따르면 ㉡의 ‘주식 투자를 통한 수익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어 채권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표현은 주어진 금리하에서 주식 시장의 호황에 따른 채권 수요의 감소가 채권 가격의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별도의 요인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문을 바탕으로 할 때 ‘보기’에서 ㉡에 따른 A의 변화 결과에 해당하는 것은 ⓒ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문제의 정답은 오류가 없다.

이 문제가 오류 논란을 불식시킬 만큼 그렇게 깔끔하게 출제됐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정답에는 이상이 없었다. 결국 평가원의 말은 ‘주어진 지문에 충실해야 하며 자기 마음대로 지문을 해석하지 말라. 그리고 최선의 정답을 찾으라’는 것이다. 수능의 본질은 문제해결력이다. 수능은 새로운 문제 상황에 처할 때 기존 지식을 이용하든 안 하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를 평가한다. 수능에서 배경지식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자신의 지식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사고력을 넓히기 위한 지식은 필수지만 언어영역(국어)은 언어적인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만기 위너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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