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경기도는 안가요” 택시잡기 ‘별 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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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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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시외요금할증제를 폐지한 후 서울 밖으로 나가려는 수도권 승객에 대한 택시 승차 거부가 늘고 있다. 사진은 도로까지 나와 택시를 잡으려는 승객들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울시가 시외요금할증제를 폐지한 후 서울 밖으로 나가려는 수도권 승객에 대한 택시 승차 거부가 늘고 있다. 사진은 도로까지 나와 택시를 잡으려는 승객들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경기도는 안 가요.” 4일 오후 11시 반경 서울 강남역사거리에서 택시를 잡던 직장인 박모 씨(32)는 한 시간 동안 택시운전사들로부터 이 말만 6번 넘게 들었다. 박 씨는 이날 회사 신년회를 마치고 경기 과천시 집으로 귀가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어렵게 세운 택시마다 ‘서울 밖으로는 안 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승차 거부가 아니냐’고 항의하는 박 씨에게 운전사들은 “시계(市界) 외 운행 거부는 승차 거부가 아니다”라며 차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다. 화가 난 박 씨는 다산콜센터 120으로 신고했으나 콜센터 직원도 “승차 거부로 볼 수 없다”고만 설명했다. 6일 오전 1시경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는 택시운전사와 승객 간 주먹다짐까지 벌어졌다. 경기 고양시로 가달라는 손님과 못 간다는 운전사 간 실랑이 끝에 벌어진 싸움이었다. 경찰은 “시계 운행 문제로 이 같은 싸움이 자주 발생한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1일 경기 성남시와 부천 과천 광명 의정부 고양 김포 안양 하남 구리 남양주 광명시 등 서울 주변 11개 시에 대한 20% 시외요금할증제도를 없앤다고 발표했다. 20% 시외요금할증제도는 1982년 통행금지 해제 이후 수도권 시민들의 귀가 시 택시이용 불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서울의 규모가 커지고 주변 도시들도 잇따라 개발되면서 제도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서울시도 제도를 없애 수도권 택시 승객들의 요금 부담을 줄이고 서울 택시 이용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던 것. 하지만 이로 인해 택시 승차거부 현상이 심해지는 등 수도권 택시 이용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택시운전사들은 할증요금제마저 폐지된 상황에서 시외로 승객을 태우고 나가면 손해를 본다고 주장한다. 현행법상 서울 택시가 서울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 장기간 대기하거나 적극적으로 영업 및 호객 행위를 하면 불법이어서 서울로 돌아올 때 빈 차로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택시운전사는 “빈차로 돌아오면 사실상 기름값도 안 남는 장사”라며 “추운 날씨에 떨고 있는 손님들이 안타까울 때도 있지만 우리도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승차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시계 외 운행 거부를 승차 거부로 보지 않으면서 승객들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역별로 택시 영업이 제한되다 보니 시계 외 운행 거부를 무조건 승차 거부 행위로 단속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교대시간 임박이나 교통 상황 등을 제외하고 시계 외 운행 거부는 명백한 승차 거부”라는 판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단속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며 “항의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 조만간 서울시로 협조 공문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 부천시에서 서울로 매일 출퇴근하는 김은희 씨(29·여)는 “지역별로 서울 택시 정류장 거점을 따로 만들어 서울행 손님들을 불러 모으게 하는 대안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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