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産多情… 토끼금실 질투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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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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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대공원 토끼띠 사육사의 ‘토끼 찬미’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토끼 사육을 맡고 있는 김근배(왼쪽), 허호정 씨가 토끼해인 신묘년을 닷새 앞둔 지난해 12월 27일 동물원의 토끼를 쓰다듬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 씨(1963년생)와 허 씨(1975년생)는 모두 토끼띠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토끼 사육을 맡고 있는 김근배(왼쪽), 허호정 씨가 토끼해인 신묘년을 닷새 앞둔 지난해 12월 27일 동물원의 토끼를 쓰다듬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 씨(1963년생)와 허 씨(1975년생)는 모두 토끼띠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시민 여러분 모두 토끼처럼 정을 많이 나누고, 아이도 많이 낳고, 건강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토끼해인 2011년 신묘년(辛卯年)을 닷새 앞둔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김근배(47) 허호정 사육사(35·여)가 미리 새해 인사를 했다. 동물원에서 열대동물관과 토끼 사육장을 맡고 있는 김 씨와 허 씨는 공교롭게도 모두 토끼띠다.

“내버려두면 동물원이 온통 토끼로 가득 찰 형편이라니까요.”

토끼는 다산(多産)과 부부애의 상징. 30∼33일의 임신 기간을 거쳐 한번에 보통 2∼6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1년 동안 여러 차례 임신이 가능하고 새끼를 낳은 지 하루도 안 돼 발정을 한다. 사육장 내 토끼는 모두 15마리. 허 씨는 “안전한 굴이 없으면 교미를 잘 안 하기 때문에 굴의 수를 조절해 기하급수적인 번식을 막는다”고 설명했다.

토끼는 모정도 깊다. ‘토끼굴’에서 자라는 새끼는 태어난 지 한 달가량 지나야 굴 밖으로 나온다. 그 전에는 어미가 극도로 예민해 사육사도 새끼를 볼 수 없다. 허 씨는 “암컷 토끼는 새끼를 낳을 무렵이면 새끼에게 ‘털 침대’를 만들어주기 위해 목 주변의 분홍색 피부가 눈에 보이도록 스스로 털을 뽑는 경우가 있다”며 “털은 다시 자라지만 많이 아팠을 텐데도 그렇게 하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하다”고 말했다.

먹이를 잘 먹고 잔병치레가 없는 것도 토끼의 장점이다. 먹성이 좋아 사육사가 멀리서 먹이통의 뚜껑만 열어도 큰 귀로 소리를 듣고 앞 다퉈 모여든다고 한다. 부지런한 것도 토끼에게 배울 만하다고 사육사들은 말했다. 한번은 사육장에 들어간 허 씨의 발밑이 ‘푹’ 하고 꺼질 정도로 토끼들이 굴을 파 깜짝 놀랐다고 한다.

김 씨는 동물원에 근무한 지 올해 만 16년째, 허 씨는 10년째다. 김 씨는 그동안 맹수, 코끼리, 물새, 바다동물 등 수많은 동물을 사육했지만 토끼처럼 애정이 가는 동물은 없었다고 한다. 사육사를 알아보기 때문에 먹이를 주러 들어가면 졸졸 따라다니며 애교를 부린다. 관람객들에게도 토끼는 단연 인기다. 작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유아들은 ‘꺅∼’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토끼를 보려고 토끼 사육장으로 달려온다.

마냥 순해 보이는 토끼지만 ‘욱’하는 성격도 있다. 흥분하면 잘 발달된 뒷다리로 땅을 쿵쿵 내리치며 상대를 위협한다. 개중에는 사육사가 아플 정도로 손가락을 깨무는 녀석도 있다.

허 씨는 동물원에 입사한 2001년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의 선배 사육사와 결혼해 올해 다섯 살인 아들과 세 살인 딸을 뒀다. 남편은 원숭이 사육장에서 일한다. 남편과 토끼처럼 금실이 좋기로 소문난 허 씨는 “둘이면 충분하다는 남편을 설득해 올해에는 토끼띠인 셋째 아이를 낳고 싶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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