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가 한 달 넘게 계속되는 가운데 29일 충남 천안시와 전북 익산시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신고가 잇따라 방역당국이 패닉에 빠졌다.
농림수산식품부는 30일 천안과 익산의 AI 의심신고에 대해 “확진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현재 이들 AI가 고병원성이라는 전제하에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농식품부는 별도의 AI상황실도 꾸렸다.
방역당국이 이들 AI를 고병원성으로 추정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익산 닭 농가에서 수백 마리의 닭이 집단 폐사했다는 점, 둘째 이달 초 해당 농가 인근 철새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됐다는 점 때문이다.
이상길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익산의 경우 정확한 역학 관계를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철새로 인한 바이러스 이동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전북도는 익산 농가의 폐사한 닭 15마리를 간이 항원 검사해 6마리에서 양성반응을 확인했다. 익산지역에서는 이달 7일에도 청둥오리 분변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적이 있다.
천안 오리농장은 집단 폐사는 없었지만 방역당국은 해당 농장 오리도 고병원성 AI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도살 처분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오리는 닭과 달리 AI 바이러스 잠복기가 3주 정도로 양성 여부를 판명하는 데 시간이 걸려 예방적 도살 처분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농장은 각각 새끼오리, 병아리를 키워 다른 농장에 공급하는 종오리·종계 농장이다. 이 실장은 “오리농장의 경우 최근 한 달간 반출이 없었다”며 “그러나 닭 농가의 경우 5만5000마리를 3.8km가량 떨어진 익산 용동면 농장에 공급한 것이 확인돼 이 농장의 닭 8만여 마리도 도살 처분했다”고 전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익산의 두 농장이 국내 최대 규모의 닭고기 제조업체인 하림의 위탁농장들이어서 현지 일대 양계 농장의 불안감이 더욱 크다”고 전했다. 현재 하림의 위탁 종계장은 전국에 600여 곳으로 이 중 40%가 전북에 있다. 여름에는 하루 최대 35만 마리, 겨울에는 하루 25만 마리의 닭을 가공하고 있는데 이들 닭을 위탁 양계장에서 공급받고 있다. 하림은 이날 하루 망성면과 용동면에 있는 2개 농장에 직원 180명을 투입해 도살 처분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닭을 섭취했더라도 사람이 AI에 감염될 염려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AI 바이러스는 섭씨 75도 이상에서 5분만 가열하면 100% 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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