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과의 전쟁]지자체 겨울축제 잇단 취소에 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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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대목인데…”

구제역 확산으로 각종 해맞이 행사들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구제역 차단 방역을 위해 일반 행사나 모임 자제령까지 내리면서 연말연시 특수(特需)를 기대했던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 전국 행사 잇따라 취소

매년 1월 1일 열리는 제주지역 최대 해맞이 행사인 성산일출제는 축제위원회가 자체 결의를 통해 취소했다. 조촐한 해맞이 제사의식을 제외하고 거리 길트기, 문화동아리 공연, 난타공연, 개막식, 청소년 페스티벌, 북 공연, 불새 하늘 공연, 불꽃놀이, 강강술래 등의 프로그램이 열리지 않는다.

울산시는 새해 일출이 가장 빠른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의 내년 1월 1일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다. 수도권의 해맞이 관광객을 위해 31일 오후 10시 서울역을 출발해 다음 날 오전 5시 울주군 온양읍 남창역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특급관광열차 운행 계획도 백지화됐다.

이달 23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강원 평창송어축제는 내년 1월 8일로 연기됐다. 31일부터 열흘간 인제군 북면 앞강 일원에서 예정된 내설악강변축제도 무기한 연기됐다. 내년 1월 열리는 강원도의 대표적 겨울축제인 화천 산천어축제, 인제 빙어축제, 태백산 눈축제 등은 예정대로 개최한다는 방침이지만 개막일까지 구제역 상황과 추이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개최 여부는 유동적인 상황이다.

또 31일과 내년 1월 1일 계획돼 있던 강원 동해안 시군의 해돋이 축제도 취소됐다. 강릉시 정동진과 경포해변을 비롯해 동해 태백 속초 삼척 양양의 해돋이 축제가 전면 취소됐다. 경북도는 최근 해맞이 축제나 모임 자제령을 23개 시군에 보냈다. ‘구제역 조기 종식을 위한 협조사항’이라는 공문에는 구제역 종료 때까지 공무원 공직기강 확립, 행사 모임 자제 등의 요청이 적혔다. 이에 따라 도내 거의 모든 해맞이 행사를 비롯해 각종 축제 등 30여 건의 행사가 취소된 상태다. 매년 20만 명이 찾고 있는 포항 호미곶 해맞이 축전을 비롯해 10만 명 규모의 영덕 제야의 종 타종 및 해맞이 축제도 무산됐다. 충북 제천시는 3년 만에 부활시키려던 의림지 동계 민속대전(의림지 겨울페스티벌) 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해 사실상 취소키로 했다. ‘알몸 마라톤 대회’는 개최 일자를 구제역 종식 이후로 연기해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해수욕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펭귄수영대회는 구제역이 종식될 때까지 무기한 연기됐다. ○ 연말 특수 사라지나

전국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해당 지역 상인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경기 지역의 경우 이미 구제역이 발생한 고양시 파주시 여주군 등을 비롯해 아직 발생하지 않은 안성시 화성시 등까지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시군이 연말연시 행사를 취소한 상태다. 경기도가 31일 오후 파주시 임진각 일대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통일염원 제야행사’도 무산됐다. 지난해부터 매년 경기 가평군 가평읍 자라섬 일대에서 겨울축제를 열고 있는 가평군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가평군 겨울축제인 ‘자라섬 씽씽 축제’는 올해 초 2회 행사 때 8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찾아 900억 원대의 경제적 효과를 얻은 ‘대박축제’. 그러나 20일 관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데 이어 인접 지역에서 잇달아 추가 발병이 확인되면서 행사 취소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 숙박업소와 식당 등은 한숨을 쉬고 있다. 해마다 1만여 명이 몰려 해맞이 반짝 특수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맞이 행사로만 매년 특수를 누렸던 경북 동해안 지역 상인들도 적지 않은 매출 타격이 예상된다. 포항시 관계자는 “매년 20만 명이 넘었던 호미곶 해맞이 행사 방문객이 올해는 절반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가평=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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