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한국인 의식조사]이념지향과 실제의 괴리

동아일보 입력 2010-12-23 03:00수정 2010-12-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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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진보’ 54.6%, 분배보다 성장 지지… 보수와 대동소이 동아일보와 아산정책연구원의 공동조사 결과는 이 시대 한국인에게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자기정체성이 현실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관점에서 보여준다. 특히 국민 각자가 생각하는 자신의 이념적 지향성과 실제 구체적인 이슈들에 대한 견해 간에 예상보다 큰 괴리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주목된다.

○ 보수도 진보도 “남한이 흡수 통일”

먼저 통일방식에 대해 스스로 보수라고 여기는 응답자 중 40.0%는 연방제 통일을, 58.2%는 남한 체제로의 흡수 통일을 선호한다고 대답했다.

진보 성향 응답자 역시 44.6%는 연방제 통일을, 54.3%는 남한 체제로의 흡수 통일을 선호했다. 보수든 진보든 연방제 통일 방식보다는 남한 체제로의 흡수 통일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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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해결방식에 대해선 보수 성향 응답자의 49.2%가 대화와 타협을, 50.8%는 (북한에 대한) 경제·군사적 압박을 선택해 차이가 거의 없었다.

진보 성향 응답자는 58.3%가 대화와 타협을, 41.7%가 경제·군사적 압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스스로 진보라고 여기는 응답자 10명 중 4명이 북한에 대한 경제·군사적 압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은 다소 예상밖이다.

아산정책연구원 우정엽 연구위원은 “미국의 여론조사에서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대부분이 이라크전쟁 참전에 반대하고, 보수 응답자 대다수는 참전에 찬성하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두 가지 안보 이슈에 대한 답변 내용을 종합한 결과 안보 문제에 대해 보수 성향의 답변을 한 응답자 중 30.2%는 자신이 진보라고 여기는 사람이었다. 실제 의견과 스스로 생각하는 이념 성향이 일치하지 않는 셈이다. 안보 문제에 대해 진보적 답변을 한 응답자 중에도 20%는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보수든 진보든 ‘성장이 분배보다 중요’

경제적으로 보수는 성장을 중시하고 진보는 분배를 중시한다는 것이 통념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스스로 보수라고 여기는 응답자 중 54.2%만이 성장을 중시한다고 답변했다. 반면 45.8%는 분배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자신이 진보라고 밝힌 응답자 중에도 54.6%가 성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성장과 분배에 대한 시각에선 보수와 진보 간에 별다른 차이가 없음을 보여 준다.

보수는 감세를 주장하고 진보는 증세를 선호한다는 일반론도 빗나갔다. 자신을 진보로 여기는 응답자의 45.7%가 감세를 주장해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감세 찬성 비율(49.8%)과 큰 차이가 없었다. 진보라고 밝힌 응답자 중 ‘증세론자’의 비율은 5.8%에 지나지 않아 보수 성향 응답자 중 증세를 주장한 비율(6.4%)보다도 낮았다.

기업 활동 규제에 대해서도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의 37.7%가 규제 완화를 주장했는데 진보 응답자의 31.5%도 같은 주장을 해 양쪽의 차이는 6.2%포인트밖에 나지 않았다.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보수 성향 응답자의 65.3%가 ‘필요하다’고 응답해 진보 성향 응답자(79.3%)보다 14%포인트 낮았다. 노조에 대한 인식에서만은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확연했고 이념 성향도 뚜렷하게 구분됐다. 이에 대해 아산정책연구원 김지윤 연구위원은 “노조 문제는 경제 이슈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사회 이슈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 사회 이슈는 지향과 실제 일관성 높아

안보나 경제 분야에 비해 사회 분야는 보수와 진보 간 차이가 뚜렷하고 이념적 지향과 개별 답변 사이에 일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의 이익이 개인의 자유에 우선한다’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스스로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의 60.7%는 동의를, 39.3%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스스로 진보라고 밝힌 응답자의 38.0%는 찬성을, 62.0%는 반대를 선택했다. 즉, 진보 성향은 개인의 자유를, 보수 성향은 공공의 이익을 훨씬 중시하는 것이 답변에서도 확인됐다.

또 동성애자에 대한 태도에서도 보수와 진보는 차이를 보였다. 0점에 가까울수록 동성애에 긍정적, 1점으로 갈수록 부정적인 지표상에서 스스로 진보라고 밝힌 응답자의 평균 점수는 0.72점, 스스로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의 평균점수는 0.84점이었다. 자신을 진보라고 믿는 사람일수록 동성애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낙태와 관련한 태도에서는 보수 중 24.3%가 찬성을, 진보 중 28.6%가 찬성을 선택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낙태 반대 비율 역시 보수는 19.9%, 진보는 16.3%로 별 차이가 없었다. 우 연구위원은 “낙태에 대한 태도는 이념뿐만 아니라 연령, 성, 종교 등 다른 변수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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