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동서남북/손놓고 구경하는 태안군

  • 동아일보

기름유출 사고 3년… 피해 보상은 1.2% 그쳐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3년이 됐다. 123만 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의 땀방울에 힘입어 검은 기름과 함께 시름도 벗겨질 것이라는 기대는 다소 성급했던 모양이다. 7일 현지에서 열린 ‘원유유출 오염사고 3주년 보고대회’의 분위기는 여전히 어두웠다.

이 자리에 나온 김세호 태안군수는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피해민들이 정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 ‘기름 유출 3년’을 취재한 기자에게는 공허한 말로만 들렸다. 취재 과정에서 태안군이 피해민들을 위해 뭘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자는 원해와 근해, 어종별로 수산업의 회복 상태가 다르다는 말을 듣고 해양수산과에 각각의 어획량을 물었다. 하지만 “그런 자료는 없다”며 서산태안지역 수협 3곳의 연도별 총어획량 통계만 내놨다. 기름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안면도 쪽은 관광업이 많이 회복됐고, 피해가 심했던 소원·이원·원북면은 관광업이 많이 침체됐다는 것이 현지 주민들의 얘기. 이에 따라 문화관광과에 지역별 관광객 분석 자료가 있는지 물었더니 관내 50여 개 관광지별 관광객 수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자료를 내놨다. 두 업무 담당자에게 “세분화된 분석 자료가 없으면 피해 주민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특화된 대책을 어떻게 세울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전임자에게 그런 자료를 넘겨받은 적이 없다”와 “세분화된 분석 자료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과연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기획감사실 관계자는 “정책을 수립해 추진하려면 세분화된 분석 자료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중요한 분석을 외부에 용역 의뢰하다보니 잘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기름 유출 사고가 난 지 3년이 지났지만 보상은 청구금액의 1.2%만 지급됐을 뿐 지지부진하다. 건강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태안 주민들의 1차적인 창구인 자치단체마저 기름 피해 사태를 남의 일 보듯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명훈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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