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3000명 자퇴서 시위… ‘변호사시험 합격률’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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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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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학생 “정원의 70∼80% 합격을”… 변호사단체 “50% 결정 뒤 단계 확대”

“변호사 합격자 비율 늘려라”… 로스쿨 학생들 ‘자퇴서 시위’ 6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동 정부과천청사 앞 대운동장에서 전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이 집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입학정원 대비 80% 수준으로 맞추지 않으면 자퇴할 것”이라며 학교별로 조건부 로스쿨 자퇴서를 모아 법무부에 제출했다. 이날 집회에는 변호사단체들이 올 10월에 열린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방법 공청회’에서 로스쿨 입학 정원의 50%만 변호사시험에 합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반발한 전국 25개 로스쿨 학생 3000여 명이 참석했다. 과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변호사 합격자 비율 늘려라”… 로스쿨 학생들 ‘자퇴서 시위’ 6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동 정부과천청사 앞 대운동장에서 전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이 집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입학정원 대비 80% 수준으로 맞추지 않으면 자퇴할 것”이라며 학교별로 조건부 로스쿨 자퇴서를 모아 법무부에 제출했다. 이날 집회에는 변호사단체들이 올 10월에 열린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방법 공청회’에서 로스쿨 입학 정원의 50%만 변호사시험에 합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반발한 전국 25개 로스쿨 학생 3000여 명이 참석했다. 과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6일 오후 2시 경기 과천시 중앙동 정부과천청사 앞 대운동장.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을 태운 버스 100여 대가 하나둘씩 들어섰다. 버스에서 내린 학생 3000여 명은 순식간에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예비법조인’임을 내세우며 로스쿨별로 줄을 맞추고 소란을 자제하는 등 질서를 지켰지만 내뱉는 말 한마디엔 강한 비판과 항의의 뜻이 묻어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주대 로스쿨생은 “재학생 35명이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왔다”며 “변호사시험의 합격선을 1000명으로 결정한다는 말이 있는데 사법시장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로스쿨을 도입한 당초의 취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 자퇴서 제출…“집단행동 나설 것”

이날 학생들은 7일 오후 4시 열리는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에서 변호사시험 합격선을 결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모였다. 지난해 초 로스쿨 20곳이 학생 2000명을 처음 모집해 문을 열었고 학생들은 2012년이면 변호사가 돼 사회로 나가게 된다. 변호사단체는 “변호사 수가 1만 명을 넘어서 이미 포화상태”라며 최대한 합격률을 낮추려 하지만 학생들은 “그럴 경우 기존의 사법시험처럼 ‘고시낭인’이 양산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로스쿨에 다니는 권모 씨(24)는 “변호사시험 합격선을 두고 이런 논란이 벌어질 줄 알았으면 애초부터 학비와 기회비용이 많이 드는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퇴하고 일반 회사로 가겠다는 친구들도 많다”고 전했다.

이들은 각자 쓴 조건부 로스쿨 자퇴서를 학교별로 모아 단상에 놓았다. 자퇴서에는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기존 사법시험처럼 정원제 선발방식으로 결정돼 정상적인 로스쿨을 이수한 사람이 합격을 장담할 수 없다면 로스쿨을 자퇴하겠다”고 적었다. 서울대 고려대 등 9개 대학 로스쿨 학생대표들은 오후 2시 20분부터 40분간 박순철 법무부 법조인력과장을 만나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김형주 로스쿨학생협의회장(제주대 로스쿨)은 “로스쿨 도입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방향으로 변호사시험 제도가 결정되면 동맹휴업이나 기말고사 거부 등 집단행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 변호사시험 합격선 팽팽히 맞서


로스쿨 교수 5명, 변호사 3명 등 모두 1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는 △입학정원 대비 합격률을 50∼90% 수준으로 정하는 방안 △응시자 수 대비 합격률을 50% 이상으로 정하는 방안 △일정 점수 이상이면 모두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자격시험 형태로 치르는 방안 등 크게 3가지 안을 두고 의견이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로스쿨 교수들은 “국민에게 사법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법조 인력을 공급하겠다는 로스쿨 도입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 형태로 치르거나 입학정원 대비 합격률을 80∼90%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변호사단체는 “로스쿨을 나왔다고 실력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변호사 수가 많아지면 불필요한 사법 분쟁이 늘 수 있는 만큼 입학정원의 50% 수준에서 합격률을 결정한 뒤 70%대로 높여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일각에선 양측의 논란이 ‘밥그릇 다툼’의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계와 시민단체에선 “2007년 10월 로스쿨 입학정원을 2000명으로 결정할 때 합격률을 입학정원의 70∼80%로 하는 방안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합격선을 지나치게 낮추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합격률을 입학정원의 85%로 제안했고,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자격시험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부가 내부방침을 정하지 않았고 위원회의 심의결과를 존중할 것”이라며 “7일에도 위원회 내부에서 의견이 맞설 때는 회의를 한 번 더 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동영상=전국 로스쿨 학생 2600여명 자퇴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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