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희망통장 3년… 행복해서 잠이 안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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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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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희망플러스’ 첫 결실

직장도 집처럼 지하이지만 6일 오후 강석분 씨는 희망찬 미소를 잃지 않았다. 3년 동안 매월 빠짐없이 20만 원씩 저축한 ‘희망플러스 통장’의 만기일이 다가와 대학생이 되는 아들의 학자금으로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직장도 집처럼 지하이지만 6일 오후 강석분 씨는 희망찬 미소를 잃지 않았다. 3년 동안 매월 빠짐없이 20만 원씩 저축한 ‘희망플러스 통장’의 만기일이 다가와 대학생이 되는 아들의 학자금으로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강석분 씨(46·여)는 요즘 잠이 오질 않는다. 지하 전세방에서 110만 원의 월급으로 홀로 남매를 키우면서 허리와 무릎의 고질병까지 앓고 있는 그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 행복해서’이다. 강 씨는 6일 “정말로 행복하고, 감사해서 아프지도 않고 잠을 안 자도 날아갈 듯하다”고 말했다. 누가 봐도 힘든 처지의 강 씨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은 그가 가입한 적금 때문이다. 보통 적금이 아니라 이자가 원금보다 훨씬 많은 서울시 ‘희망플러스통장’으로 이달 20일이 3년 만기일이다.

○ 3년을 이어 온 저소득층의 월 20만 원

강 씨는 2007년 12월 서울시의 첫 희망플러스통장 가입자 모집에 신청해 대상자 100명 중 1명으로 선정됐다. 작은 봉제공장에서 일해 두 남매를 키우는 그에게 한 달 20만 원은 적지 않은 게 아니라 큰 희생을 요구하는 거액이었다.

“이렇게 살다가는 아이들 학교도 못 보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에게도 비장하게 말했어요. ‘오늘부터 모두 아끼고 아껴 20만 원을 모아야 한다’고요. 학원 한 번 못 보낸 어미 가슴에서 눈물이 쏟아졌지만 참고, 아이들과 돈을 아꼈죠.”

강 씨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매월 20만 원을 저축하면 KT&G복지재단, 한국전산감리원, 한국중부발전 서울화력발전소 등 민간 후원기관에서는 30만 원을 적립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가 3년간 부은 원금은 720만 원이지만 실제 받는 돈은 후원금과 이자를 합쳐 1900만 원에 이른다. 원금보다 많은 이자가 붙은 셈이다.

고교 입학을 앞두고도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진학 대신 직장에 나가겠다는 아들도 이 통장의 성격을 듣고 다시 학업에 매진했다. 그 아들은 올해 대학 수시모집에 합격해 내년이면 어엿한 호텔조리학과 학생이 된다. 강 씨는 적금을 아들의 등록금에 쓸 예정이다.

이자가 두 배나 되는 이 통장은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중복 가입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강 씨는 “일단 시작했으니까, 다시 매달 20만 원을 모아 은행에 적금을 들기로 했다”며 “그 돈이 모이면 딸에게 피아노를 가르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혼자 아이들 키우면서 매일매일 막막하기만 했는데, 이 통장에 가입하고는 희망을 갖게 됐다”면서 “이제는 내 힘으로 일어설 자신이 있다”며 웃었다.

○ 저소득층의 희망의지

시범사업 대상자 100명 중 중도에 탈락한 사람은 2명뿐이다. 건강악화, 자녀 부채 상환 등이 이유였다. 그 외는 모두 연체 없이 매월 20만 원을 3년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150%인 차상위 근로빈곤층인 선정 대상자들은 저마다 ‘희망’을 일구기 위해 이 통장에 가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98명 중 60명은 월세에서 전세로 이동 혹은 인상된 월세보증금 활용 등 주거안정을 위한 목돈으로 적금을 쓸 계획이다. 18명은 김밥집이나 치킨집 등 소규모 창업에 이 돈을 쓸 계획이라고 한다. 20명은 강 씨처럼 자녀 교육비로 쓸 계획을 짰다.

이 통장의 장점은 돈만 모아주는 게 아니라 수시로 금융교육을 진행한다는 데 있다. 강 씨 등 98명은 3년 동안 12회에 걸쳐 신용관리, 재무설계 이해, 부채관리, 종잣돈 관리 등을 전문가로부터 교육받았다.

서울시는 저소득층 주민이 최소한의 목돈을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립의지를 키우는 효과까지 발생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시범사업에 이어 2009년 본격 시작해 지금은 3만 명이 이 통장에 가입해 꿈을 키워가고 있다. 앞으로는 매년 3000명씩 늘려갈 계획이다.

신면호 서울시 복지건강본부장은 “시범사업 참가자들이 희망을 갖고 노력하면 함께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며 “더 많은 저소득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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