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점수 ‘뚝’…EBS 연계정책 실효성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9일 1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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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힘 빌려야 고득점' 인식 경계
"EBS 교재·강의 질이 수능 따라잡아야"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EBS 교재와의 연계율이 70% 이상으로 높아졌음에도 수험생들의 성적은 예상보다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EBS 연계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EBS 연계율을 크게 높인 배경이 `사교육비 줄이기'라는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에서 `EBS 연계=사교육 경감'이라는 등식을 성립시키려면 보다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일 각 입시기관이 발표한 가채점 결과에 따르면 이번 수능시험은 작년보다 어렵게 출제되면서 언어, 수리, 외국어 등 주요 영역의 1등급 커트라인이 1~4점에서 최대 10점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물론 가채점 결과는 추정치이기 때문에 정확한 분석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채점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시험이 예상보다 어려웠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BS 교재 연계율을 높였다지만 문항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상당 부분 응용·변형했기 때문으로, 이는 연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시험도 평이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측을 뒤집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시험의 변별력 확보라는 측면을 고려했을 때는 연계율 상향으로 시험이 너무 쉬워지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난도가 있는 편이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수능 출제위원장인 안태인 서울대 교수는 "의도적으로 어렵게 내자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연계율을 높이면서 시험이 너무 쉬워 `물수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큰 것이 사실이었다"며 "어려운 시험보다 쉬운 시험으로 인한 혼란이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교사나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연계율을 높이면서도 변별력을 잃지 않도록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긍정적 평가가 다수였다.

교육적인 면에서도 EBS 교재를 단순 문제풀이식으로 학습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기본 개념이나 원리에 충실한 방향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는 반응이다.

문제는 사교육 경감이라는 목표가 과연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원리와 개념에 대한 심층 학습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EBS 문제풀이를 열심히 해도 연계율 상승을 체감하기 힘들고, 결국 사교육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면 공들여 내놓은 EBS 연계 정책이 도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한 사교육업체 대표는 "언어영역을 보면 이번 수능의 지문은 매우 바람직하게 구성됐고 문항의 질도 수준급이었다"며 "문제는 현장 교사들이 주로 출제하는 EBS 문제집이나 EBS 강의가 이런 수준에는 크게 미달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단순히 연계율만 높일 게 아니라 심층 학습을 사교육의 도움없이도 EBS를 통해 할 수 있도록 교재와 강의의 질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문제풀이 위주로 돼 있는 EBS 교재 내용에 기본 개념, 원리에 대한 해설 기능을 강화하는 등 교재 자체의 질을 개선하고 아울러 EBS 강의도 수준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등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성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시험이 쉽다고 무조건 사교육비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면서 "진정한 효과를 거두려면 EBS 교재 연계율을 높이는 동시에 EBS가 해줘야 할 역할, 즉 교재와 강의의 질을 개선하는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조만간 EBS 측과 만나 이런 문제에 대해 협의해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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