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흡연 ‘청소년 골초’가 늘고 있다]<下>각국의 정책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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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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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규제 옥죄는 선진국… 금연구호만 요란한 한국

우루과이가 15일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회원국 총회를 열기에 앞서 미국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는 우루과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담뱃갑 전체 면적의 80% 이상에 흡연 경고문을 넣으라는 우루과이 정부의 규제가 회사의 상표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이유다.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 규제를 도입하려는 개발도상국을 위협하는 수단”이라며 맞서고 있다.

담배회사와 국가 간 싸움은 다른 나라에서도 불붙었다. 호주 정부가 담뱃갑을 흰색과 갈색으로 통합하는 입법을 추진하자 필립모리스는 올여름 호주 연방 총선에서 500만 달러를 투입하며 여당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편의점에서 담배 진열을 금지한 노르웨이와 아일랜드에서도 소송전이 격화되고 있다.

FCTC 회원국은 한국을 포함해 171개국. 회원국들은 총회가 끝난 뒤 강도 높은 금연정책을 펴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담배회사들은 각국에 분리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미국처럼 덩치가 큰 선진국에서는 담배 규제에 따르되 개발도상국의 새로운 규제에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 선진국은 강력한 금연정책

성인 흡연율이 20%를 밑도는 미국 캐나다 호주는 새로운 담배 규제를 도입하며 담뱃값 인상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담배규제법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담배 제조와 판매뿐만 아니라 광고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미국 뉴욕 주는 올 7월부터 담배 갑당 세금을 1.6달러 더 부과하고 있다. 흡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을 웃도는 일본도 올 10월부터 담뱃값을 25∼30% 올렸다.

선진국은 특히 담배 잠재 고객인 청소년과 관련된 규제를 더욱 옥죄고 있다. 미국 FDA는 청소년을 유혹하는 화학적 향기를 담배에 넣거나 ‘라이트’ ‘마일드’ 등 담배 유해성을 감추는 문구를 직접 규제하고 있다. 영국은 담배를 살 수 있는 최저 연령을 16세에서 18세로 높이고 이를 어긴 판매점에는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은 담배회사의 공략 지역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흡연인구가 줄자 다국적 담배회사가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 수십억 달러의 마케팅 비용을 쓰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 금연정책 봉쇄된 한국

한국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지난해 흡연율(25.3%)과 1인당 담배소비량(연간 2406개비)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한국에서 팔린 담배는 폴란드나 체코보다 저렴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은 “정부가 나서 담뱃값 인상을 통한 가격 정책을 추진하기도 어렵고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넣기도 힘들다”고 말한다. 2005년 FCTC 협약에 가입한 한국은 협약 발효 이후 5년 이내에 관련법을 개정하라는 권고를 받았지만 협약 이행을 위한 정책 추진도 동력을 잃었다. 많은 국가에서 시행 중인 담배 이름 제한, 담배 광고 판촉 및 후원 완전 금지 등의 법안은 국회에 상정되지도 않았다.

또 서울 부산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금연구역 확대에 관한 조례 제정에 나섰지만 정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회가 발의한 담뱃갑 경고사진 등과 관련된 17개 담배규제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기 때문이다. 인제대 의대 김철환 교수는 “이제 금연정책이 국민건강은 물론이고 국가경쟁력 지표가 됐다”며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흡연자와 담배회사를 의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동영상=“담배연기 없는 대한민국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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