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송금조 회장 ‘기부금 용도’ 갈등… 법원, 강제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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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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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측은 잘못 인정하고 기부자는 남은 110억 내야”

기부금 사용처를 둘러싸고 부산대와 부산지역 중견기업인 ㈜태양 송금조 회장(86·사진)이 벌이는 기부금 소송에 대해 법원조정센터가 강제조정결정을 내렸다. 부산법원조정센터는 11일 “송 회장의 기부 의도를 잘못 파악한 부산대는 잘못을 인정하고, 송 회장 측도 내기로 약속한 나머지 기부금을 부산대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조정센터는 “기부금 집행 과정에서 원고의 기부 목적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통지 절차를 소홀히 해 송 회장 측을 불만스럽게 한 점에 대해 부산대는 잘못을 인정하라”고 덧붙였다. 그 대신 조정센터는 “원고 측도 아직 내지 않은 기부금 110억 원을 양산캠퍼스 땅값으로 출연하라”고 결정했다.

양측이 2주 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이 결정은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한쪽이라도 반대하면 결정문은 무효가 되거나 항소심 절차가 진행된다. 송 회장 측은 “결정문을 받아보진 못했지만 부산대의 공식 사과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대 측은 “결정문을 검토한 뒤 대승적 차원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2003년 10월 부산대에 개인 기부로는 최대 액수인 발전기금 305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2006년 8월까지 195억 원을 냈고, 나머지 110억 원은 2009년까지 나눠 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기부금을 부산대 제2캠퍼스인 경남 양산캠퍼스 땅값으로 사용하길 원했다. 양산은 그의 고향. 하지만 부산대는 195억 원을 제2캠퍼스 땅값이 아니라 건물 신축비나 교수 연구비 등으로 사용했다. 그는 결국 2008년 7월 “목적과 다르게 사용했으니 나머지 기부금을 줄 수 없다”며 부산지법에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인 부산지법 민사5부는 지난해 5월 “이 기부는 특정한 이행 조건을 단 증여인 부담부증여(負擔附贈與), 즉 돈을 받는 쪽에서 구체적인 의무를 져야 하는 증여로 볼 수 없다”며 부산대의 손을 들어줬다. 송 회장 측은 즉각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부산고법 민사7부는 올 7월 어떤 결론이 나든 이 소송이 국내 기부문화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부산법원조정센터에 넘겼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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