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1년만에 되찾은 생계 터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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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 장환마을 주민들, 이장 대출사기 피해
법원 민사배심조정으로 어장 강제경매 위기 넘겨

“삶의 터전인 어장을 경매당할 처지에 놓여 너무 막막했는데, 어장을 되찾게 해줘 고맙습니다.” 1일 낮 12시 전남 장흥군 관산읍 사무소. 장흥군 회진면 장환마을 어민 70여 명이 환호했다. 이들은 마을어장 경매 절차가 진행돼 1년 넘게 양식이나 수산물 채취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10년 동안 골치를 앓아오던 마을어장 문제가 해결돼 삶의 터전을 되찾게 됐다.

김 양식이나 피조개 채취로 생업을 이어오던 장환마을 주민 250명은 지난해 11월경 마을어장을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2000년 당시 마을이장이던 김모 씨(50)가 주민들 몰래 장환마을 어촌계를 연대보증인으로 내세워 장흥군 수협에서 1억8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김 씨는 지난해까지 대출금과 이자 4억4000만 원을 갚지 않았고, 수협은 장환마을 어촌계 소유 어장 6곳을 경매 신청했다. 어민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대응을 하고 각계에 생존권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광주지법 장흥지원은 이를 감안해 이날 민사배심조정을 시도해 조정이 이뤄졌다. 민사배심원으로 지역 주민 15명이 참여했다. 조정안은 “장환마을 주민들이 5000만 원을 갚고 장흥수협은 강제경매 신청을 취소한다”는 내용이었다.

민사배심조정은 국내 조정제도에 미국식 민사배심재판 기법을 결합한 것으로 주민이 참여하는 조정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다. 조정위원들이 제시하는 배심조정안을 사건 당사자들이 받아들이면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얻게 된다. 김금옥 장환어촌계 대책위원장(65)은 “생계터전인 마을어장을 지키게 해준 법원에 감사한다”며 “주민들이 마을어장을 함께 양식해 5000만 원을 갚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민사배심조정으로 어민들 생계터전을 지키게 됐을 뿐 아니라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장흥군 수협이 회생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최인규 장흥지원장은 “장흥 같은 농촌지역은 판결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민사배심조정이 지역사회 화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장흥지원은 2006년부터 배심조정을 시작해 조정 8건(성공률 89%)을 성립시켜 지역 분쟁 해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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