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단협, 전교조 뜻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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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교장의 전보 권한 없애달라”에 郭교육감 “손질 필요”

서울시교육청이 교장 인사권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손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안팎에서는 “곽노현 교육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단협 요구 조건에 ‘인사위원회 설치’를 내건 것과 별도로 ‘민주적 인사 규정 쟁취’를 목표로 시교육청에 전보 인사 규정 개정 정책 협의를 요구했다.

▶본보 9월 24일자 A2면 참조
전교조, 단협안 독소조항 복원 추진


26일 시교육청과 서울지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울지부는 단체협약 교섭 과정에서 교장의 강제 전보(轉補) 권한을 폐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시교육청에서는 교원노조가 법적으로 인사에 개입할 수 없다는 뜻을 전했지만 곽 교육감은 인사 규정을 손질하는 게 낫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것.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장에게 자율권을 주는 건 맞지만 통제받지 않는 권한까지 주는 건 안 된다는 게 곽 교육감 생각”이라고 전했다.

강제 전보는 학교장 판단에 따라 근무 성적이 저조한 교사는 정기 전보 기간(5년)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다른 학교로 보낼 수 있는 제도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 자율화 조치에 따라 시작했으며 올 2월 서울에서는 중등 교사 17명이 강제 전보됐다. 수업 능력이 부족하거나 업무를 회피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전교조 서울지부는 “교장이 학교 운영을 불합리하게 한다고 문제 제기했다가 전보된 교사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정확한 사실조사도 없이 전교조 서울지부에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공무원 인사 관리 규정에 나온 제도를 바꾼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곽 교육감이) ‘모두의 교육감이 되겠다’는 약속을 허언으로 돌리고 특정 교원노조의 요구에만 귀 기울이겠다는 속마음을 내보인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전보인사협의회 관련 대응방향’을 보면 전교조 서울지부는 강제 전보 폐지를 포함해 △초빙교사제 폐지 △원거리 내신 환원 △3년 이상 교사 비정기 전보 조항 삭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지부는 이 문서에 “(교사) 본인의 희망과 근거리 배정원칙은 사라지고 ‘교사 편의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의 전보제도로 전환’한다는 미명하에 전보원칙은 이제 ‘학교장의 직권’만 남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교원평가의 결과를 전보 인사에 반영하기 위한 음모도 진행 중”이라며 “서울교사의 근무조건을 열악하게 만들고 보복 부당전보를 가능하게 할 전보인사원칙 개악안에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들 주장은 말 많고 탈 많던 옛날 시스템으로 돌아가자는 것밖에 안 된다”며 “하지만 공무원 신분으로서 최고 인사권자인 교육감의 의사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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