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식구 논문 대부분 실어주고… 형식적 심사조차 않는 곳도… 학술지 관리 총체적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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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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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전혁 의원, 최근 3년 법학전문대학원 연구소 12종 논문 분석

대학과 연구기관 등에서 발간하는 학술지의 논문이 제대로 심사를 받지 않거나 자기 대학 교수들끼리 심사하는 사례가 많아 거의 대부분 탈락하지 않고 그대로 게재되는 등 학술지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본보 9월 10일자 A12면 참조 학회 2635개, 학술지 1885종… ‘질보다 양’ 치닫는 대한민국 학계 현주소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조전혁 의원(한나라당)은 20일 “학계의 연구 성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매체가 학술지인데, 대학이나 대학 부설기관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의 경우 기초적인 질 관리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대표적으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전국의 법학전문대학원 부설연구소의 한국연구재단 등재후보지 12종에 실린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 논문 심사 및 게재 과정에서 불투명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형식적인 심사조차 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2007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부설연구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에 민법에 관한 논문이 실렸다. 논문을 심사한 교수는 이 대학 헌법학 교수였다. 해당 교수는 “전공과 무관한 논문은 심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에 대해 “결국 심사표를 누군가가 대리 작성하고 학과에서 보관하는 교수의 도장을 도용했다는 얘기”라며 “법학전문대학원 설립인가 당시 교수 연구실적이 주요 평가항목이었는데 이처럼 부실하게 심사가 이뤄졌다면 설립인가를 취소해야 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자기 대학 교수들끼리 논문을 심사하고 게재한 사례도 많았다. 서울대는 자기 대학 교수들의 논문 게재율이 77.78%에 달했고, 충북대는 게재를 신청한 논문 중 심사에서 떨어뜨린 비율이 2.17%에 불과했다. 이화여대는 논문 심사위원 전원이 자기 학교 소속으로 심사의 객관성에 의심을 품게 했다. 서강대는 “조교가 자주 바뀌어 관리가 안 됐다”며 탈락된 논문과 심사평가서를 아예 보관조차 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대학 교수는 “교수들의 연구업적평가가 강화되면서 자기 학교 학술지에 자기 대학 교수들끼리 논문을 싣는 경우가 많다”며 “이것은 일종의 ‘논문 나눠싣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런 사례가 법학 학술지에서만 나타난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라면서 “학술지 관리체제를 더 엄격히 하고 2000여 종에 달하는 국내 학술지 수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 의원은 “양적으로 포화상태인 학술지의 질적 향상을 위해 학술지 인용률 등을 고려해 연구재단 등재지에서 탈락시키는 등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내 학술지의 경우 심사위원 중 자기대학교수의 비율 상한 및 자기대학 교수의 논문게재 상한 기준을 결정하고, 학회 임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소속 학회지에 자신의 논문을 게재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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