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조전혁 의원(한나라당)은 20일 “학계의 연구 성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매체가 학술지인데, 대학이나 대학 부설기관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의 경우 기초적인 질 관리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대표적으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전국의 법학전문대학원 부설연구소의 한국연구재단 등재후보지 12종에 실린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 논문 심사 및 게재 과정에서 불투명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형식적인 심사조차 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2007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부설연구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에 민법에 관한 논문이 실렸다. 논문을 심사한 교수는 이 대학 헌법학 교수였다. 해당 교수는 “전공과 무관한 논문은 심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에 대해 “결국 심사표를 누군가가 대리 작성하고 학과에서 보관하는 교수의 도장을 도용했다는 얘기”라며 “법학전문대학원 설립인가 당시 교수 연구실적이 주요 평가항목이었는데 이처럼 부실하게 심사가 이뤄졌다면 설립인가를 취소해야 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자기 대학 교수들끼리 논문을 심사하고 게재한 사례도 많았다. 서울대는 자기 대학 교수들의 논문 게재율이 77.78%에 달했고, 충북대는 게재를 신청한 논문 중 심사에서 떨어뜨린 비율이 2.17%에 불과했다. 이화여대는 논문 심사위원 전원이 자기 학교 소속으로 심사의 객관성에 의심을 품게 했다. 서강대는 “조교가 자주 바뀌어 관리가 안 됐다”며 탈락된 논문과 심사평가서를 아예 보관조차 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대학 교수는 “교수들의 연구업적평가가 강화되면서 자기 학교 학술지에 자기 대학 교수들끼리 논문을 싣는 경우가 많다”며 “이것은 일종의 ‘논문 나눠싣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런 사례가 법학 학술지에서만 나타난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라면서 “학술지 관리체제를 더 엄격히 하고 2000여 종에 달하는 국내 학술지 수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 의원은 “양적으로 포화상태인 학술지의 질적 향상을 위해 학술지 인용률 등을 고려해 연구재단 등재지에서 탈락시키는 등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내 학술지의 경우 심사위원 중 자기대학교수의 비율 상한 및 자기대학 교수의 논문게재 상한 기준을 결정하고, 학회 임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소속 학회지에 자신의 논문을 게재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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