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10년 장수’ 서울 성동구 응봉산 인공암벽등반교실

동아일보 입력 2010-09-28 03:00수정 2010-09-2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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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등반 하며 인생등반 힘 길러요” 《“3년 전 길을 가다가 차에 치였어요. 건너편 인도로 붕 날아가 떨어졌죠. 그사고가 있은 후 6개월간 집에만 갇혀 있었죠. ‘우울증이란 이런 거구나’ 싶었답니다. 살고 싶었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니….”

17일 오후 7시 서울 성동구 응봉동 응봉산 암벽등반공원에서 만난 박수연씨(42·여). 3년 전 교통사고의 기억은 지금도 아찔하다. 목부터 골반까지 다쳤고 그 상처는 지금도 아물지 않았다. 물리치료도 열심히 받았다. 오로지 살고 싶다는 의지로 3년을 그렇게 살았다. 그러던 중 지난달 우연히 성동구 인공암벽등반교실(스포츠 클라이밍) 소식을 들었다. 나약해진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싶었다.》

15명 정원의 소수정예로 운영되는 터라 그가 전화했을 때는 이미 신청이 마감됐다. 그럼에도 박 씨는 수업 첫날인 6일 송파구 방이동 자신의 집에서 응봉동까지 무작정 달려왔다. 아는 것 하나 없이. 오로지 살아보겠다는 의지 하나만 가진 채.

○ 10년간 2400명이 다녀간 등반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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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응봉동 응봉산 암벽등반공원에서 진행되는 무료 암벽등반교실이 올해로 개설 10주년을 맞았다. 사진 제공 성동구청
박 씨는 1주일에 4회씩 총 7회 수업을 매일 나와 들었다. 그의 실력은 어떨까. “기대하지 말라”던 그는 허리에 줄을 감고 인공암벽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벽을 성큼성큼 걸어 올라갔다. 15m 정상까지 올라간 시간은 1분도 채 안 됐다. 암벽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17일 저녁. 이미 어두컴컴해졌지만 공원은 50여 명의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로 후끈했다. 암벽등반 동호회 회원, 프로 선수들로 보이는 이들은 형형색색의 암벽화를 신고 벽에 붙은 길 안내 딱지를 보며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난이도에 따라 노란색(하), 파란색(중), 빨간색(상) 등 딱지 색깔이 달라 마치 신호등 수백 개가 벽에 붙은 듯했다. 프로 선수들은 빨간색과 파란색 위를, 비교적 평평한 곳에서는 암벽등반교실 수강생들이 벽을 타고 있었다.

응봉산 인공 암벽장은 1999년 개장했다. 구는 암벽장을 활용하기 위해 이듬해 5월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암벽등반교실을 만들었다. 서울시 산악연맹이 위탁을 받아 운영해온 이 프로그램은 어느덧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자치구 프로그램이 10년간 장수하는 것은 드문 일. 10년간 다녀간 수강생만 현재까지 2423명. 그중에는 스포츠 클라이밍 국가대표 손상원 선수, 전국 암벽등반 장년부연합회 회장인 안문현 선수 등 유명인들도 이곳을 거쳐 갔다.

○ 나약함을 버리고 믿음을 얻다


과거 20, 30대 젊은층들이 대다수였다면 최근에는 나약해진 자신을 바꿔보려는 40 50대 이상 중장년층들이 많이 찾아온다.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지냈던 출판사 대표인 수강생 이승혁 씨(49)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한 수 앞을 미리 생각하며 벽을 타야 하기에 몸과 머리를 동시에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강사 조규복 씨(46)는 암벽등반교실의 산증인이다. 10년 전 현역 선수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수강생들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 그는 이 수업을 위해 2003년 암벽등반 강사 자격증도 땄다. 그가 10년간 강조해온 것은 ‘믿음’이다. 암벽을 타는 사람과 줄을 잡아주는 사람이 2인 1조가 되는 터라 줄 하나를 두고 서로 믿어야 한다는 것. 그는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며 성취감을 얻는 것이 이 운동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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